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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경쟁사에 재료 넘긴 연구원… '배임 무죄'에 대법 "다시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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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경쟁사에 재료 넘긴 연구원… '배임 무죄'에 대법 "다시 재판"

입력
2021.05.30 13:30
수정
2021.05.30 13:46
0 0

중국업체에 OLED 재료·산업기술 넘긴 혐의
"재료에 영업비밀 포함됐다면 배임죄 가능"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경쟁업체에게 자사 제품 재료를 넘긴 국내 제조업체 연구원이 하급심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가,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원심은 ‘재물이 범행 대상인 경우 절도나 횡령은 성립해도, 배임죄는 안 된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재료에 영업비밀이 포함됐다면 배임죄도 가능하다”고 봤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의 일부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국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재료 제조회사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던 2017년, 인사 문제 등에 불만을 품고 이직을 조건으로 중국 경쟁사에 OLED 재료나 산업기술 자료를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4차례에 걸쳐 OLED 재료 화학구조 등이 담긴 국가핵심기술과 자사 영업비밀 파일 37개를 유출하고, 경쟁사에 OLED 제작이나 실험에 필요한 재료들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팀이 이직해 휴대폰 재료 정보를 가지고 복제품을 만들어 사업화하겠다”고 협상한 끝에, 중국 경쟁업체에 ‘기술총감’ 직함으로 연봉 2억 원을 받고 이직하기로 합의했다.

A씨는 이후 재판에 넘겨졌고, 1심은 “해외를 상대로 한 A씨 유출 행위는 회사에 손해를 가하고, 국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불량한 범죄”라며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다만 “재료를 빼돌려 경쟁사에 보낸 것은 ‘재산상 이익’이 아닌 ‘재물’을 대상으로 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업무상 배임죄는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A씨가 경쟁사의 재료 성능을 평가해준 행위를 추가로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에 벌금 3,000만 원으로 형량을 늘렸다. 그러나 재료 유출에 대해선 “재물 자체가 범행 대상인 경우 절도죄나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할 순 있어도, 자신이나 제3자의 ‘재산상 이익 취득’이 구성 요건인 배임죄는 성립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회사 직원이 영업비밀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 반출했다면 반출 시 ‘업무상 배임죄’를 저지른 게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A씨가 반출한) 재료들에는 피해 회사의 기술 등이 포함돼 있다”며 ‘재료에 포함된 영업비밀’이 유출됐다고 볼 수 있는지 원심이 따져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검찰의 항소 취지를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은 항소심 재판부의 잘못이 있다고도 대법원은 밝혔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재료유출은 기술유출의 한 방법’이라는 취지의 새 주장을 내놨는데, 대법원은 “원심은 검사에게 석명권을 행사해 그 취지를 분명히 한 다음에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주장이 ‘재료 유출을 통한 영업비밀 유출’이라면 배임죄 성립이 가능한 만큼, 불분명한 검사 주장을 일단 명확히 한 뒤 판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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