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내년 7월 결혼식 예정
총리 측근도 결혼 일정 몰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약혼녀 캐리 시먼즈와 ‘기습 결혼식’을 올렸다. 총리실 고위 참모진도 총리의 결혼 계획을 알지 못했다. 당초 내년 7월로 예정됐던 결혼식 일정을 1년 2개월 당긴 셈이다. 영국에서 현직 총리의 재임 중 결혼은 1822년 리버풀 경 이후 199년 만이다.
영국 타블로이드지 더선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29일(현지시간) 오후 런던 웨스트민스터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규정에 따라 참석 인원은 30명으로 제한됐다. 영국 일간 미러는 “총리의 부친인 스탠리 존슨과 형제 레이첼, 조, 레오 존슨이 결혼식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결혼식은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통 보안 속에서 치러졌다. 더선에 따르면 오후 1시 30분 웨스트민스터대성당이 갑자기 폐쇄됐고 30분 후인 오후 2시에 시먼즈를 태운 리무진이 성당 정문에 도착했다. 존슨 총리와 시먼즈는 지난해 둘 사이의 아들인 윌프레드에게 세례를 줬던 대니얼 험프리스 신부의 집전하에 결혼식을 올렸다고 더선은 덧붙였다.
총리의 측근들도 결혼식 사실을 알지 못한 기색이었다고 한다. 한 보수당 인사는 더선에 “(존슨 총리가) 전날 깔끔한 헤어스타일로 회의에 참석했을 때 조금 놀랐다”며 “(일종의) 정상회담에 참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결혼식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평소 빗질조차 안한 것 같은 덥수룩한 머리 스타일로 유명하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보리스와 캐리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우리의 정치적 사이가 무엇이든 간에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축하했다. 알린 포스터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수반도 “오늘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에게 큰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고 린지 호일 영국 하원의장은 “정말 좋은 소식”이라며 “총리와 시먼즈가 신혼여행 할 시간이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만 일각에선 존슨 총리의 결혼식이 정치 현안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술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존 트리켓 노동당 하원의원은 “나쁜 소식을 묻어버리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힐난했다. 최근 총리를 둘러싼 ‘불법 기부’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총리가 결혼식을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수석보좌관은 앞서 총리 관저 리모델링에 소요된 비용이 불법적으로 모금됐다면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도 총리가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고 폭로한 바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30일 “존슨 총리의 순지지율이 2주 전 +6%에서 -6%로 급감했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이번이 세 번째 결혼이다. 1987년 알레그라 모스틴오언과 처음 결혼했지만 1993년 자신의 외도가 드러나 이혼했다. 같은 해 불륜 상대였던 마리나 휠러와 결혼해 25년간 4명의 자녀를 뒀지만, 2018년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존슨 총리는 혼외 관계였던 헬렌 매킨타이어와 딸 1명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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