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 "입양 보낼 것 정 주지 말라" 학대
시끄럽게 울고 분유 '쪽쪽' 댄다는 이유도
친모, 동거남 처벌 두려워 방치 징역 4년
숨 멈춘 뒤에야 119에 신고해 응급실행
아동학대. 게티이미지뱅크
생후 1개월도 안 된 동거녀 아들의 머리를 수 차례 때려 숨지게 한 20대 남성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학대 사실을 알고도 동거남이 처벌 받을까 두려워 이를 방치하고, 신고조차 하지 않은 20대 친모는 징역 4년 형을 선고 받았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문세 부장판사)는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A(23)씨에게 징역 12년을, 이를 방치한 혐의(아동학대 치사)를 받는 친모 B(24)씨에게는 징역 4년을 각각 선고했다.
A씨에게 7년, B씨에겐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하고 B씨는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을 40시간 이수하도록 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9일부터 같은 달 26일까지 B씨가 낳은 생후 20일밖에 안 된 C군이 시끄럽게 울고, 분유를 먹을 때 ‘쪽쪽’거린다는 이유로 손바닥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마에 멍자국이 보이자 이를 피해 때리기도 했다.
A씨는 교제 당시 전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B씨가 “아이가 태어나면 입양 보내겠다”고 해 아이를 낳았으나, 입양 절차가 늦어져 직접 키우는 과정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동거남이 아이를 때리는데도 말리지도 않고 격리하지도 않는 등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아이가 숨을 헐떡이다 몰아쉬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왜 그렇게 세게 때리냐’고 했는데 ‘어차피 입양 보낼 건데 정 주지 말라’고 하면서 계속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같은 달 27일 오후 2시 40분쯤 C군이 숨을 헐떡거리다 몰아쉬는 등 호흡이 불안정한 것을 보고도 병원에 데려 가지 않았다. 30분 뒤 분유를 먹이려는데 C군이 숨을 쉬지 않자 그제서야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에 도착한 C군은 이미 뇌사상태였으며, 다음날인 28일 오전 숨졌다. 태어난 지 29일만이다.
눈썹 윗부분과 이마 양쪽에 심한 멍 자국을 발견한 의료진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들의 학대가 드러났다. A씨는 당시 경찰에서 “B씨가 C군에게 분유를 먹인 뒤 눕히려다가 떨어뜨렸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C군의 머리 전체에서 발견된 출혈은 발생 시기가 다르다”며 “머리에 대단히 큰 외력이 가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면서 거짓임이 드러났다.
A씨는 법정에서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살해 고의는 없었고 사망 가능성도 예견하지 못했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는 범행 동기와 경위, 수법 등에 비춰볼 때 죄질이 매우 나쁘고 비난 가능성도 높다”며 “폭행 정도를 축소해 책임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해서도 "피해자 친모로서 양육·보호해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데도 위험한 상태에 놓인 피해자를 적절하게 조치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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