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언(苦言)을 자청하는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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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언(苦言)을 자청하는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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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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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천
오연천울산대 총장

부족함 자인하고 경청·소통하는 지도자
결기·경륜 갖춘 인재발탁에 힘써야
포용·균형감 발휘할 대선후보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사람들은 지도자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면 "주위 참모들의 역량이 부족하고 진언을 꺼리고 있어 어려움을 자초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참모부실론'의 이면에는 '지도자의 무결성(無缺性)'에 대한 기대가 암암리에 잉태되어 있지만 역량 있는 참모를 쓰는 것도, 올바른 진언을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도 지도자의 몫이다. 이런 점에서 사실상 '참모부실론'은 '지도자 책임론'과 일맥상통한다.

지도자의 최고 역량은 고언(苦言)을 유도할 수 있도록 인재를 발탁하고 그들이 소신껏 진언할 수 있는 포용의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권좌에 올랐지만 완벽하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권좌에 이르기까지 불가피한 언행불일치와 자기모순의 양상은 통상 일반인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선출직 공직자일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더욱 깨닫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혹한 수준의 인재 발굴과 경청·소통 노력에 투혼을 살려야 한다.

권좌에 앉게 되면 지도자에게 바른말을 진언하는 분위기는 급속히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도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대화는 지속되기 어렵고, 오히려 지도자의 구미에 맞는 언급만으로도 주어진 시간이 모자란다. 겉으로만 쌍방 대화이지 내용상으로는 상의하달(上意下達)의 일방통행이 대종을 이룰 수밖에 없다. 복잡다기한 국정과제를 풀어나감에 있어 다양한 언로를 통해 최대공약수의 도출과 상대적 우위를 확인하는 '개방된 결정시스템'을 정립하는 것은 지도자의 책무이다.

지도자는 상하관계가 아닌 대등관계에서 비판과 고언을 청취할 수 있는 인재의 풀을 곁에 두어야 한다. 자문위원회와 고문단 같은 형식적 의전용 인물이 아니라 자신을 야단칠 수 있는 결기와 경륜을 갖추고, 자리와 대가에 연연하지 않을 '가정교사'를 삼고초려해서 당당한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최고의 지위에 있을수록 겸허한 자세로 자신과 다른 입장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견고히 가질 때 더 멀리, 더 높이, 더 크게 볼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최고책임자가 수십 명을 모아놓고, 비서가 써준 원고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후, 제한된 시간을 정해놓고 참석자들에게 의견을 얘기하라는 회의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다수의 국정현안은 55 대 45 등 근소한 차이로 양론이 대립될 수밖에 없고 최종 선택이 용이하지 않은데, 지도자가 일장 훈시한 후 현안 의제를 토론에 부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경우가 다반사이다. 중요한 시책일수록 지도자는 치열한 논쟁 속에서 드러나는 진솔한 입장을 경청하면서, 어느 입장이 상대적 우위가 있는지를 판별하고 난 후 최종 입장을 도출하려는 고뇌에 찬 과정에 익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의 공적 권위에서 자유로운 조언자들의 입장을 사전에 경청하고 방향의 실마리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기도취적 섣부른 신념이나 사회화 과정에서 형성된 선입견을 시정·견제해 줄 수 있는 냉정한 조언이야말로 균형감 있는 정책결정을 뒷받침해주는 근간일 수 있다.

자신이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는 환상에서 벗어날수록 긴요한 인재를 활용할 수 있고 '좋은 결정'으로 귀결될 확률이 높다. 지도자가 말수를 줄여 자신과 다른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내는 숨은 지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A'로 군림한다면 그 휘하에 'B'들이 모여들기 쉽다. 반면 지도자가 스스로 'B'로 자처하고 각 분야의 'A'가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전체시스템의 역량을 'A'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체화해야 한다. 내년 3월 치러질 대선에 이런 유형의 지도자의 출현을 기대해본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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