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세, 존재감이 대단한 신예 탕준상이 대중 앞에 우뚝 섰다. 그간 다수 작품에서 조연으로 연기 경력을 켜켜이 쌓아온 덕분일까. 탕준상의 연기에는 내공이 가득하다. 전 세계 K-드라마 팬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28일 탕준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브 투 헤븐'은 그루(탕준상)와 그의 후견인 상구(이제훈)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극중 탕준상이 분한 그루는 사람과의 관계에는 서툴지만 고인들의 마지막 흔적을 대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진심을 다하는 인물이다. 탕준상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는 그루를 표현하기 위해 어색한 듯한 시선, 특유의 딱딱한 말투와 표정, 행동을 그렸다.
이날 탕준상은 의상 팀에게 선물 받은 '무브 투 헤븐' 티셔츠를 입고 취재진을 만났다. 지난 14일 넷플릭스 공개 후 쏟아지는 호평에 대해 탕준상은 "각종 SNS를 통해 후기를 챙겨 보고 있다. 너무 좋은 말씀들을 해주시고 칭찬을 많이 받아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해외에 있는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인 아버지와 그의 가족들의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졌다.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지만 정작 주연인 탕준상은 아직까지 작품을 보지 못했다. '무브 투 헤븐'이 청소년 관람불가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올해 19세인 탕준상은 작품을 볼 수 없게 됐다. 이를 두고 탕준상은 아쉬운 마음을 전하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나올 줄 몰랐다. 친구들과 함께 정주행을 하자고 약속을 했는데 2022년 1월 1일이 돼야 이룰 수 있다. 후반 작업을 통해 부분적으로 봤지만 더 궁금하고 아쉽다"고 토로했다.
탕준상은 2010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데뷔한 후 영화 '오빠생각' '7년의 밤' '나랏말싸미',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 '사랑의 불시착' 등 장르를 불문하고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탕준상은 '무브 투 헤븐'에 참여하게 된 과정을 두고 '김성호 감독의 선택'이라며 겸손한 면모를 드러냈다. 실제 김성호 감독은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탕준상을 처음 본 후 그루의 이미지를 떠올렸다는 후문이다.
사람과의 관계가 서툴고 아스퍼거 증후군 설정을 가진 그루는 성인 연기자도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지만 탕준상을 만나 세상 밖으로 날개를 펼칠 수 있었다. 탕준상은 캐릭터 소화 비결에 대해 "사람들 모두 성격이 다 다르고 개성이 다르듯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분들도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누군가를 참고하고 따라 하는 게 조심스러웠다. 그분들을 자칫 욕되게 할까봐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진정성 있게 연기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항상 조심하면서 연기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긴 대사를 외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제가 공부로 잘 안 외우지만 대사는 잘 외운다. 특유의 표정, 시선 처리는 감독님의 코칭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간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캐릭터들이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됐다. 하지만 탕준상은 기존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한그루를 만들어내기 위해 표현에 더욱 집중했다. 드라마 '굿닥터' 주원, 영화 '증인' 김향기와 '말아톤' 조승우 등을 보면서 캐릭터적으로 차별점을 가져야 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탕준상은 "대본을 읽으면서부터 눈물이 났다. 하지만 촬영할 때는 그루의 감정을 배제하고 연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루의 설정상) 감정을 덜 표현하려 했다. 하지만 10부,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할 때, 추모 공원 장면에서는 너무 마음이 울컥했다. 감정을 꾹 참으면서 연기했다.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지진희의 영상을 보면서 촬영했는데 실제로 눈물이 고였다"면서 몰입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무브 투 헤븐'에서 탕준상과 이제훈은 이야기의 중심에 서서 따뜻한 위로부터 갈등까지 담아내며 많은 감정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이제훈과의 '케미'는 어땠을까. 탕준상은 질문이 끝나자마자 엄지를 들면서 "정말 좋았다. 그전부터 엄청난 팬이었기 때문에 더욱 영광이었다. 친해지고 많이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이제훈이 30대 중반인 줄 알았다. 엄청난 동안이다. 나이 차이 안 나는 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편하게 대했다.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탕준상은 선배 연기자인 이제훈을 보고 연기뿐만 아니라 배우가 가져야 할 태도를 배웠다. 현장에서 오롯이 작품에만 몰입하는 이제훈은 탕준상에게 좋은 이정표가 됐다. 탕준상은 "처음 촬영을 시작할 땐 내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상대 연기자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걸 몰랐다. 작품을 하면서 이제훈에게 선배 배우의 조언을 많이 들었다. 공감이 되게끔 이야기를 해주더라. 그래서 연기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작품이 끝난 후에도 인연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제훈은 탕준상의 드라마 촬영 현장에 커피차를 보내며 의리를 과시했다. 이에 탕준상은 "배우한테 커피차를 받는 게 처음이다. 그게 특히 이제훈이라 좋았다. 힘들어도 커피차를 보면 뿌듯해졌다. 사실 '무브 투 헤븐'이 처음 주연이고 어려운 역할이다. 이제훈에게 처음 주연을 맡았을 때의 부담감과 마음 가짐을 물었다. 이후 위로를 많이 받아 그만큼 더 의지하게 됐다"면서 이제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탕준상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이후 '무브 투 헤븐'으로 흥행을 연이어 이뤄냈다. 달라진 인지도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대해 "'사랑의 불시착' 이후 모두를 힘들게 한 코로나19가 터졌다. 밖에 돌아다니지 못해 인기를 몸으로 실감하거나 체험한 적은 없다. 다만 개인 SNS 팔로워 수, 댓글, DM 등을 보면서 조금씩 인기를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탕준상은 작품 활동을 이어가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는 감독님과 말을 하는 것이 무서워했다. 촬영장에서 제 연기만 생각하고 현장 사람들은 무섭게 느꼈다. 연기에 대한 큰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 스스로를 믿고 감독님과 스태프들을 믿으니 현장이 무섭지 않고 재밌어졌다. 현장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앞으로도 주연을 맡게 된다면 제 역할뿐만 아니라 스태프들, 배우들까지 함께 어울려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솔직하면서도 꾸밈없었다. 거창한 미래보다 대학 진학이 목표라 했다.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했다는 근황과 함께 "산을 하나 넘었다. 대학을 가서 친구들과 사귀고 싶다. 또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게 될지, 새로운 환경이 궁금하다. 꼭 가고 싶다. 연극영화과로 준비 잘 해서 대학에 입학하고 싶다"면서 학생의 본분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탕준상의 롤모델은 조승우와 조정석이다. 그 이유를 묻자 "저도 뮤지컬로 데뷔했다. 두 배우 모두 뮤지컬 티켓 파워가 강하면서 영화와 드라마도 한다. 저도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끝까지 배우를 하고 싶다. 20대가 된 후에는 인생작을 많이 남기고 싶고 제가 죽는 날에는 제 작품들로 유품을 남기고 싶다. 배우라는 직업이 항상 고정된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나를 안 찾아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다. 항상 발전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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