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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기다렸는데... 올림픽 열린다고 믿고 훈련만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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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기다렸는데... 올림픽 열린다고 믿고 훈련만 집중”

입력
2021.05.29 08: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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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취소설·독도 항의에도
진천선수촌서 묵묵히 구슬땀
체육회는 메달 획득 전략 외에도
취소 대비책, 선수단 안전 ‘3중고’

펜싱 국가대표선수들이 지난달 14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올림픽 출전을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진천=뉴시스

펜싱 국가대표선수들이 지난달 14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올림픽 출전을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진천=뉴시스

“도쿄 올림픽이 열린다고 믿고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도쿄올림픽이 취소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국가대표 선수들은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철저히 외부와 차단돼 올림픽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한 선수는 “외부와 접촉을 못하는 환경 속에 있어 오히려 다행이다. 훈련만 할 뿐이다”며 “5년을 올림픽만 보고 운동했다. 취소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 선수단의 속앓이는 커지고 있다. 28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수들은 진천선수촌과 지정된 장소에서 올림픽 출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출전권도 개막 100일 전인 지난달 14일보다 26장을 추가하며 186명(23개 종목, 85개 세부 경기)이 획득한 상태다. 올림픽에는 33개의 정식 종목이 열리는데 출전권이 걸린 예선 대회는 6월 29일까지 예정돼 있다.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최종 엔트리 마감도 7월 5일까지다. 체육회는 200∼210명의 태극전사가 올림픽에 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현지 코로나19 상황 악화에 정치권에선 올림픽 보이콧까지 주장하고 있어 선수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실린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여당 대권자주들은 일제히 “지도를 수정하지 않으면 올림픽에 불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통상부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문화체육부와 대한체육회 등 유관기관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양궁 대표팀이 24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도쿄 올림픽 우메노시마 양궁장과 똑같게 만든 모형 세트에서 특별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양궁 대표팀이 24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도쿄 올림픽 우메노시마 양궁장과 똑같게 만든 모형 세트에서 특별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올림픽이 취소되면 5년을 기다린 선수들의 좌절감은 상상 이상이다. 올림픽 메달 획득으로 누릴 연금, 병역혜택, 은퇴 후 지도자 변신을 위한 커리어 등 현실적인 문제도 크다.

특히 베테랑 선수들에겐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다. 펜싱 구본길(32)은 지난달 미디어데이에서 “올림픽을 꼭 해야 하느냐는 말을 많이 듣지만, 누구도 우리 입장을 모를 것이다. 인생과 생존이 걸린 문제다”라고 절박한 심정을 드러낸 바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이미지. 정 전 총리는 일본이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올린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처럼 표시한 것을 삭제하지 않으면 올림픽 불참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캡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이미지. 정 전 총리는 일본이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올린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처럼 표시한 것을 삭제하지 않으면 올림픽 불참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캡처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체육회도 난감하다. 오로지 선수단을 안전하게 대회에 파견해야 한다는 기존 역할에 주력하고 있지만 개막 56일을 남긴 이날 현재도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방역지침조차 내놓고 있지 않아 대비책 수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선수단 식사도 걱정거리다. 일본 현지 급식에 후쿠시마 식자재를 사용하는 만큼 안전을 위해 자체 음식 제공이 필수인데, 조직위가 외부 음식 반입 금지에,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올림픽 출입증인 AD카드(Accreditation Card) 발급을 대폭 줄여 조리사들 입국이 어렵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에 계속해서 건의하고 있고 조직위에도 요구하고 있지만 확답이 없다. 개막일이 2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인데도 이렇게 결정된 게 없는 올림픽은 처음이다”라며 “메달 획득 전략 외에도, 만일의 사태의 대비책, 선수단 안전까지 고려해야 하는 3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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