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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노조·품질' 3대 악재에 가로막힌 현대차·기아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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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노조·품질' 3대 악재에 가로막힌 현대차·기아 성장

입력
2021.05.29 11:00
수정
2021.05.2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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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와 기아 본사 사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와 기아 본사 사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됐던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3중고'에 빠지면서 휘청대고 있다. 반도체 대란과 노조 리스크에 이어 품질 문제까지 대두되면서 실적 악화까지 점쳐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26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하언태 대표이사와 이상수 노조위원장 등 노사 교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가졌다. 양측은 다음 달 초 본교섭을 열고 본격적인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사측은 올해 임단협 일정을 예년보다 앞당기면서 지난해와 같은 ‘무분규 타결’을 기대했다. 하지만 노조 측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74억 달러(약 8조4,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확정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면서 갈등도 심화될 조짐이다. 게다가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급 30% 지급 △노령연금 수령 전까지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등 지난해보다 강화된 요구안을 확정했다. 노조 측은 “국내공장 투자 확약 없는 일방적인 해외투자는 노사 갈등만 야기할 뿐”이라며 “해외공장 투자로 인한 조합원의 불신이 큰 마당에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천문학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5만 조합원과 노조를 무시하는 처사이고,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미래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부족으로 일부 공장이 휴업에 들어갔던 17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1조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뉴스1

반도체 부족으로 일부 공장이 휴업에 들어갔던 17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1조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뉴스1

사측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4월부터 ‘반도체 수급난’을 겪고 있는 데다 임단협 갈등 심화에 따른 생산 차질까지 빚어질 것으로 보여서다.

현대차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나흘간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을 휴업한 데 이어 이달 24∼26일에도 가동을 멈췄다. 울산공장도 지난 17~18일 투싼, 넥쏘 등을 생산하는 5공장 2라인을, 18일에는 아반떼와 베뉴를 생산하는 3공장을 각각 휴업했다. 이달 초에는 1톤 트럭 포터 생산라인이 이틀간 멈췄고, 지난달에는 울산1공장이 일주일간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기아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지난 17∼18일에 스토닉과 프라이드를 생산 중인 광명 2공장을 휴업했다. 기아는 그간 특근을 시행하지 않고 생산량을 조절해 왔지만 결국 국내 공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광명 2공장의 문을 닫았다. 미국의 경우 기아 조지아 공장도 4월과 5월에 각각 2일씩 휴업에 들어갔다.

생산 차질은 출고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반떼는 10주 이상 대기해야 하고 투싼은 고객에게 출고 일정조차 고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오닉 5는 지금까지 4만5,000여 대가 사전계약 됐지만, 첫 달 114대밖에 출고하지 못했다. 기아의 올해 야심작인 EV6와 K8 하이브리드도 사전계약은 성공했지만, 반도체 부족으로 일부 고객은 연내 출고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다목적차량(MPV) ‘스타리아’의 측면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다목적차량(MPV) ‘스타리아’의 측면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품질 이슈 또한 부담이다. 현대차 신형 다목적차량(MPV)인 ‘스타리아’ 수백 대는 출시 한 달 만에 후석 슬라이딩 도어를 닫을 때 발생하는 충격으로 2열 ‘파노라믹 윈도우’ 손상 문제가 불거졌다. 또 제네시스 G80 22만 대, 그랜저 19만 대 등 현대차·기아 4개 차종 71만여 대는 ‘전자제어 유압장치(HECU)’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발견, 시정조치(리콜)에 들어갔다.

실적 전망 역시 암울하다. 당초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평균치)는 약 11조8,000억 원으로, 2012년 기록했던 사상 최고 수준(11조9,592억 원)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생산·판매 차질, 반도체 원가 상승, 품질비용 등이 발생할 경우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를 구할 수 없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1만 대당 감소할 수 있는 예상 매출액은 2,400억 원이고, 원가 상승분을 반영할 경우 영업이익은 2%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5년 9월 북미 시장 쏘나타 엔진 리콜로 시작돼 매해 대규모 품질비용 이슈가 반복되면서 피로감이 쌓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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