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모두 인정하고 선처 호소했지만
비서실 직원 2심도 징역 3년 6월 선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정모(41)씨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피해자는 “피고인은 재판이 끝나더라도 그날의 일이 피해자에게 어떤 고통이었는지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문광섭)는 27일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인 정씨는 직장 동료인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고, 같은 동료 사이의 성폭력 범죄가 피해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하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가 사건 이후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현재까지도 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씨는 제21대 총선 전날인 지난해 4월 14일 피해자를 비롯한 비서실 동료 직원들과의 회식이 끝난 뒤, 술에 취한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서울시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정씨를 직위해제 했고, 1심 유죄 선고가 나온 올해 2월 파면 조치했다. 피해자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이번 사건 피해자가 박원순 전 시장의 업무상 위력 추행 사건의 피해자와 동일 인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씨는 1심에서 성추행 사실은 인정했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자가 사건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은 것은 자신이 아닌 박 전 시장으로부터 본 피해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정씨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박 전 시장 성추행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정씨는 항소심에선 재판 전략을 바꿔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형량이 과하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지난 결심 공판에서 “사건의 원인 제공자는 저였고 모든 게 제 잘못”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정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 사건 이후 파면됐고, 부인과 이혼했다”며 “피해자에게 큰 피해를 준 점을 반성하고 합의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참작해달라”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정씨의 형량을 줄여주지 않았다.
피해자는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그날 이후 제 일상은 무너졌지만, 제가 되찾는 일상이 다른 피해자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재판이 끝나더라도 그날의 일이 피해자에게 어떤 고통이었는지 잊지 말아달라. (그러면) 저도 한때 동료였던 피고인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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