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늘 현재에 살아요. 과거에도 미래에도 살지 않아요"
방송인 이금희가 인생의 새로운 서막을 열었다. 교양프로그램의 MC 1세대로 꼽혔던 이금희. 그는 이제 '예능 새싹'으로 대중 앞에 서고 있다.
최근 이금희의 행보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카카오TV 오리지널 '거침마당'에서 박명수, 이말년과 함께 입담을 과시하더니 MBC '라디오스타'에서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을 자처하며 예능 신인의 면모를 뿜어냈다. 이를 본 대중의 반응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데뷔 33년차에 들어선 이금희의 예능 캐릭터가 신선함을 자아내며 호평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처럼 쏟아지는 호응에 대해 이금희는 "요즘 신세계를 살고 있다. 무척 떨리고 설레고 즐겁다. 특히 '거침마당' 반응을 다 챙겨본다. '큰 것이 왔다', '저세상 조합'이라는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해외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행복한 근황을 전했다.
이금희는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침마당'을 진행했고 9년간 '인간극장' 내레이션을 맡으며 국민 아나운서로 등극했다. 이를 두고 그는 "많은 분들이 저를 '아침마당' MC로 기억한다. 일을 오래 하면서 산전수전을 겪었다. '6시 내 고향'을 3년간 하면서 매주 전국을 돌아다녔다. 심지어 LA, 연변까지 가서 생방송을 했다. 그런데 최근 예능을 시작하니 주변에서 되게 밝아졌다더라. 저도 몰랐다. 많이 웃으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금희는 자신의 예능 활약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했다. 인터뷰 내내 '거침마당'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고 밝게 웃었다. 첫 예능 고정 출연에 부담감은 없었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 저는 잃을 게 없다. 예능에서 쌓은 게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토크쇼 프로그램 제의가 왔었지만 하고 싶지 않았다. 제가 했던 일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반면 '거침마당'은 한 번도 하지 않은 포맷이다.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5초도 고민 않고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명수와 이말년이라는 특별한 조합이 프로그램 공개 전부터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금희는 이 조합을 두고 우연의 일치라면서 "제작진이 엄청난 선구안을 갖고 있다. 제게는 신세계가 열렸다. 하루 8시간 정도 녹화하는데 하나도 안 지치고 너무 재밌다. 스스로 '왜 안 지칠까' 생각했는데 웃으면서 하는 게 이유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함께 자리한 문상돈 PD는 이금희 캐스팅 계기에 대해 "빈 자리를 놓고 박명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박명수가 이금희만 아니면 된다고 하더라. 너무 정통 교양 느낌만 아니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들으니 "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래서 이금희에게 연락을 했더니 바로 하겠다더라. 잘 될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박명수가 캐스팅한 것"이라며 비하인드를 밝혔다.
긴 방송 경력에도 새롭게 배우는 점이 있을까. 이금희는 박명수를 두고 '방송의 도사'라 칭했다. 과거 '아침마당'의 이상벽을 본 느낌과 같다면서 박명수의 내공을 극찬했다. 뒤이어 이말년에 대해 '천재'라며 "현장에서 순간을 정리하는 능력이 좋다. 너무 부럽다. 나는 내공과 천재 사이에서 배울 일만 남았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이처럼 이금희는 지금 열심히 예능을 배우는 중이다. 제로 베이스로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과감히 앞만 보고 달린다는 각오가 함께 전해졌다.
그는 유튜버로도 활동 중이다. 이금희는 "유튜브 채널 '마이금희'가 시작한 지 반 년이 넘었다. 사소한 계기로 시작했다. 책을 워낙 좋아해 모임을 자주 갖는다. 그 중 한 후배가 유튜브 채널 운영하는 제작자다. 가끔 이야기를 들으니 재밌었다. 친한 사람들끼리 책 얘기를 하자고 해서 시작했다"면서 "최근 내 소장품, 제 주변 지인들의 소장품들을 구독자들이 사는 이벤트를 열었고 170만 원이 모였다. 내 돈을 보태 300만 원으로 어린이 병원에 '마이금희' 이름으로 기부했다. 아지트가 생긴 기분"이라며 채널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TV 방송 위주의 활동이 아닌 카카오 TV 채널로 대중을 만나는 소감은 어떨까. 이금희는 "손 안의 친구다. TV도 스마트폰으로 보긴 하지만 아직까지 집에 크게 걸려있다. 반면 스마트폰은 손에 떨어지지 않는다. 손 안에 내 친구, 라디오, TV가 있다. 새로운 채널을 당해낼 수 없다. 정말로 반응이 빠르다고 느낀다. 방송계 사람들이 위기 의식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직접 경험을 해보니 반응이 너무 빠르고 즉각적"이라 전했다.
이금희는 초등학생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다. 대학교도 방송부가 있는 숙명여대를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이금희는 오직 아나운서만을 꿈꿨고 자신의 소원을 이뤄냈다. 이금희는 과거 아나운서 시절을 회상하며 "제가 제 동기들 중 가장 어리숙했다. 반면 제 동기들은 그때부터 세련됐다. 너무나 미인들이다. 입사 후 '전국 어린이 동요 대회' MC로 시작했고 '6시 내고향'으로 옮겼다. 당시 앙드레 김 선생님 드레스를 입고 있는 사진이 커뮤니티에 '굴욕 사진'으로 뜨기도 했다. 드레스를 입었는데 미용실을 가야 하는 것도 몰랐던 시절이다. 나는 그렇게 방송 일을 시작했고 다시 태어나도 하고 싶다. 제가 33년 전보다 나은 인물이 됐다면 다 방송 덕분이다. 방송에서 만난 모두가 저를 키웠다. 저는 단 한 번도 이 직업을 후회한 적이 없다. 여전히 너무 방송이 좋다"고 말했다.
방송에 대한 애정이 넘친 덕분일까. 실제로 슬럼프를 단 한 번도 겪지 않았다는 의금희다. 그는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늘 네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한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내가 시키지 않아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금희의 향후 계획은 어떨까. 그는 자신이 계획적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며 "'거침마당' PD가 우연히 제안을 했던 것처럼 우연한 기회, 끌리는 게 있다면 내일이라도 하고 싶다. 길이 열릴 것 같다. 송중기, 이석훈만 하는 것 같았던 화상 인터뷰를 했다. 상상도 못 할 일이 생긴다. '거침마당'도 '라디오스타'도 길이 없다. 수풀을 헤치면서 길을 개척하는 게 예능이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쾌감이 있다"면서 웃었다.
"저는 잃을 게 없어요. 지금 '거침마당'과 라디오를 너무 잘하고 있죠. 선택을 하고 즐겁게 할 뿐이에요. 20, 30대에는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40대가 되니 누구나 열심히 산다는 걸 깨달았어요. 일을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저 운 덕분인 거 같아요. 살면서 너무 많은 걸 받았기 때문에 이제 받은 만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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