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물러나는 사키 대변인 후임 물망
“이 순간의 ‘역사성’에 감사드립니다.”
미국 백악관에서 역사적 장면이 또 하나 탄생했다. 흑인 여성이자 성(性)소수자인 카린 장피에르 수석 부대변인이 26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 데뷔했다. 커밍아웃한 여성 동성애자가 백악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공식 브리핑을 한 건 미 역사상 처음이다. 흑인 여성으로는 1991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시절 주디 스미스 전 부대변인 이후 30년 만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공보팀 7명을 모두 여성으로 채웠는데, 장피에르 부대변인을 포함해 4명이 유색인종이다.
이날 장피에르 부대변인은 50여분간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주고 받았다. 그동안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비공식 브리핑을 하거나 브리핑룸에 다른 참모들과 배석한 적은 있지만, ‘성소수자ㆍ흑인ㆍ여성’으로서 연단에 선다는 건 또 다른 의미다.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그는 “역사성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이 연단에 선다는 것, 이 방에 있다는 것, 이 건물 안에 있다는 것은 한 사람에 관한 일이 아니다. 미국민을 대표해 우리가 하는 일에 관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대표성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기회를 준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장피에르 부대변인은 아이티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진보단체 ‘무브온’에 몸담았고 2012년 버락 오바마 선거 캠프에서 일했다. 케이블 뉴스채널 MSNBC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하다 지난해 대선 때 바이든 캠프에 합류해 당시 부통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의 선임보좌관을 지냈다. 그는 내년에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나는 젠 사키 대변인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다. NBC뉴스는 “사키 대변인은 브리핑 연단을 더 다양한 목소리로 바꾸고 공보팀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왔다”고 전했다.
사키 대변인도 트위터를 통해 장피에르 부대변인을 칭찬했다. 그는 “오늘은 백악관과 공보팀에 중요한 날”이라며 “내 파트너 장피에르는 혼자만의 힘으로 역사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재능과 총명함, 훌륭한 정신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해리스 부통령 대변인이자 역시 흑인 여성인 시몬 샌더스 대변인도 “선구자들이 자랑스럽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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