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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검찰개혁만 앞세웠지 교육 관심 너무 적었다"

입력
2021.05.27 16:00
수정
2021.05.27 16:3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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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의 응시]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송기창 교수는 24일 숙명여대 연구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을 돌아보며 "정책의 안정성이 부족해 국민 신뢰가 낮았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송기창 교수는 24일 숙명여대 연구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을 돌아보며 "정책의 안정성이 부족해 국민 신뢰가 낮았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 이행 정도를 평가하는 '문재인미터' 프로젝트가 최근 발표한 공약 이행률은 17% 수준이다. '진행 중'으로 분류되는 사업이 절반이어서 임기 완료 전 이행률이 성큼 늘어날 가능성이 없진 않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성과가 빈약하다. 공약 완료 기준으로 따지면 경제 분야가 28% 이상으로 가장 높다. 외교·통일·국방, 성평등, 지방분권·농어촌 등도 공히 20%를 넘는다. 민생과 교육은 각각 8% 수준으로 저조하다.

3년 전 문 대통령 지지율이 80%를 넘었을 때도 교육 분야 국정지지도는 30%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 대입제도 공론화 논란이 한창이던 영향도 있지만 그 이후에도 교육 정책의 일관성과 비전에 대해 이 정부에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그러다 코로나까지 닥치자 이제는 누구도 교육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게 됐다.

여전히 혼란스런 대입, 자사고 존폐를 둘러싸고 이어지는 갈등, 위기의 지방 사립대 문제 등 산적한 교육 현안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장을 지낸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를 만나 들었다.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 점수를 매긴다면.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60, 70점 정도다. 무엇보다 교육정책에 안정성이 부족해 국민 신뢰가 낮았다. 대입정책이 정권 초기부터 흔들렸다. 고교학점제와 연결되는 대입을 생각해 정시를 줄일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대입제도 논의 과정에서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위원회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교육부의 역할이 미진했던 점도 문제다.”

-교육 공약 이행이 여러 분야 중에서 유난히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책 성과를 내야 할 때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웠던 측면이 없지 않다. 원격수업 등 코로나 대응에 급급해 새로운 정책을 펴는데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공약의 현실성이 부족했을 가능성도 있고, 대통령을 비롯해 국가 전체적으로 교육에 대한 관심이 후순위인 결과일 수도 있다. 적폐청산, 검찰개혁 등 정치적 이슈가 너무 앞서 나가면서 교육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통령이 교육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경우가 드물지 않나. 모처럼 만든 국가교육회의가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소통하는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도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잘된 교육 정책을 꼽는다면.

“고교무상교육 완성은 상당한 성과다. 중학교 의무교육이 2004년 이뤄졌는데 3, 4년 후에 고교로 가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무상교육보다 무상급식이 먼저 나온 건 정책 우선순위가 뒤바뀐 사례다. 박근혜 정부 교육 실책 중 하나가 제대로 재원도 마련하지 않고 누리과정을 밀어붙인 것이었다. 1년에 4조 원 드는 사업을 기존의 재원으로 하려 했으니 완성이 쉽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분 2조 원을 국가 부담으로 한 것도 잘했다.”

-대표적으로 잘못 가고 있는 정책은 무엇인가.

“대학 정책은 잘못한 부분이 많다. 최근 문제 된 정원의 경우도 대학 자율로 해결 안 될 게 뻔한 사안을 자율에 맡겼다. 대학역량평가에서 감점당하지 않으려면 정원충원율을 맞춰야 하고 그러려면 정원을 줄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짐을 그러지 않아도 운영이 어려운 지방대가 대부분 져야 한다. 입학정원 4만 명 미달은 4, 5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인데 그동안 정부가 대응을 하지 않았다. 부실 대학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하나 그걸 두고만 보면 교육권 침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13년째 이어지는 등록금 동결도 지방 사립대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지방 사립대 재정난은 이제 등록금 동결을 풀어도 해결되지 않는다. 사립고처럼 정부가 지원해야 할 상황까지 왔다. 규제와 자율이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등록금은 규제가 심했고 정원 문제는 너무 자율적이었다.”

-입시 정책이 바뀌면 여론이 끓어오른다. 정권 초기 대입제도 공론화 때도 그랬다. 공론화에서 정시 확대 결론을 낸 것이 과거 회귀로 비쳤는데.

“정시는 정시 나름대로 수시는 수시 나름대로 필요성이 있다. 수시가 늘어나면, 예를 들어 수시에 실패한 아이들이 문이 좁아진 정시로 재도전할 기회가 줄어드는 등 정시에 대한 요구가 커지기 마련이다. 정시와 수시의 황금조합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두 방식의 균형점을 늘 고민해야 하는데 공론화는 그런 고민의 일환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결론을 두고 다양한 평가를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그게 당시의 여론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학생부종합전형 축소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의 다양성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고교학점제나 혁신학교 확대 정책과도 맞지 않아 보인다.

“교육 현장의 지적은 타당하지만 학종의 역기능이나 부작용을 간과하기도 어렵다. 기대했던 만큼 학종이 정시보다 더 평등한 대학 입학을 가져온 것도 아니면서 문제만 늘어났다. 조국 사태로 새삼 부각됐지만 세특(학생부의 ‘교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의 연구, 봉사활동 실적 같은 것이 고소득층에 유리하다는 것은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다. 다만 수학능력이 우수한 학생을 뽑는 게 목적인 대학으로서는 학생을 평가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학생부 기재 사항을 너무 제한하면 선발이 우연적 요소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문제도 생긴다.”

-정시 확대가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사교육비 문제는 입시가 있는 한 벗어나기 어렵다. 공교육이 정상화되면 사교육이 줄어들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처럼 입시 경쟁이 치열하지 않으면 중하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의 경우 사교육 의존이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상위권 대학 진학 경쟁은 그때도 마찬가지다. 결국 순위 경쟁이기 때문이다. 정시가 늘면 사교육비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학종 우위 체제에서도 컨설팅 등 사교육비 증가가 엄청났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고교 사교육비는 줄지 않았다.”

-내년부터 고교학점제가 도입된다. 기대한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고교학점제는 선택과목을 늘리고 현재의 과정이수제를 과정평가로 바꾸는 것인데 그것을 감당할 능력에서 학교별로 차이가 클 수 있다. 학급 수가 적은 곳은 선택과목 확대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처럼 대도시와 농어촌의 대응 역량이 다르다. 대도시여도 선택과목을 늘리려면 교사도 교실도 늘어나야 하는데 그런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교육부에서 학교별 컨소시엄, 원격강의 활용 등 여러 모델을 제시하고 있지만 필수인 교사 증원, 학급 증설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안착할지 의구심이 든다.

학교별 실력차가 있고, 무엇보다 대입이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 절대평가를 늘려가면 학점 인플레 등 대학이 학생을 평가하기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다. 고교학점제에 대입을 고려한 설계도 필요하다. 과도기임을 고려해 절대평가와 선택과목 대폭 확대보다는 점진적 형태로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

-자사고 등 특목고 폐지는 이 정부의 공약이었지만 해당 학교의 반발이 심하고 제동 거는 법원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자사고의 일반고 일률 전환은 잘못된 정책이다. 자사고 도입에는 고교평준화 보완이나 일부 사학의 정체성 확보, 교육의 다양화와 국민 선택권 보장 등의 논리가 있었다. 그것을 일제히 되돌리려 드는 것은 지나치다. 과정상의 문제도 있다. 공약에 매여 갑자기 새로운 지표를 만들어 점수 미달이라고 하니 학교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법원도 그런 점을 무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행령을 고쳐 2025년 일괄 전환하는 것은 교육제도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립학교 처지에서는 정부 믿고 한 것인데 정권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면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다음 정부가 할 일을 못 박은 것도 피해야 할 일이었다. 과거 자사고는 학급당 50명이어서 재정 자립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30명 이하로 줄었다. 등록금을 공립고의 3배 이내로 받아서는 운영이 어렵다. 그래서 13개 학교가 자발적으로 자사고를 포기한 것이다. 지금처럼 일반고 전환을 강제하지 않았으면 자연스럽게 일반고 가겠다고 한 곳이 더 나왔을 수 있다. 전환 비용도 연간 4,000억 원으로 만만치 않은데 그만한 돈을 들일 일인지 의문이다.”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 건 사실 아닌가.

“자사고가 너무 많은 것은 문제다. 자사고가 많아지면 지원자가 많아지고 별도의 사교육이 커진다. 게다가 우수학생이 그리로 집중되면 일반고 황폐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자사고는 2011년 51개교까지 늘었다가 지금 38개가 됐지만 더 줄여 20개 정도로 유지하는 게 적당하다.”

-사립대 정원 미달 사태를 막기 위해 교육부에서 최근 대학 평가를 통한 권역별 정원 감축 방안을 마련했는데.

“대학 재정에 별로 관심이 없던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6월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로 대학총장회의가 열렸다. 그때 총장들이 재정이 어렵다고 건의하자 갑자기 지원금을 1조 원 늘리라고 한 적이 있었다. 기재부, 교육부에서 돈 쓸 명분 만들려고 소란이 일었는데도 결국 중복사업 등으로 국회 심의에서 4,000억 원이 깎였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없앤 이 정부 역시 대학이나 교육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다가 일찌감치 예견된 사태가 현실이 되자 갑자기 정책을 내놓는 것 같다.

학생이 줄고 있으니 이대로 두면 부실대학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교육의 질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부실대학 퇴출은 당연하다. 문제는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고민만 해왔다는 점이다. 초중고는 자발적으로 폐교하면 한시적으로 정부 지원을 해준 적이 있지만 대학은 그러지 않았다. 문 닫아서 얻을 수 있는 게 없으니 그냥 유지하는 거다. 결국 피해는 학생과 교원 몫이다. 정원 감축만이 아니라 부실대학에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또 국립대만 신경 쓸 게 아니고 옥석을 구분해 살려야 할 사립대를 전폭 지원하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대학 서열제 완화 구상을 밝혔지만 실제로 얼마나 개선됐는지 의문이다. 공영형 사립대 구상도 말만 앞서고 추진된 게 없다.

“서열제 완화 대안의 하나가 국립대 네트워크였다. 그런데 서열화가 극심한 서울에 국립대는 서울대, 서울과학기술대 정도가 고작이다. 유명 사립대가 국립대 네트워크에 들어오도록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그래서 나온 게 공영형 사립대인데 문제는 유명 사립대가 거기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데 예산이 배정될 리 있겠나. 공영형 사립대 아이디어는 이상일 뿐이다. 대학 서열제는 교육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더 큰 범위의 사회 문제다. 블라인드 채용 확대, 임금구조 개선, 지역 균형 선발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가 함께 일어나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 법제화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얼마만 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교육부는 집행을 맡고 정권을 초월한 국가교육위원회가 정책을 결정한다는 구상은 언뜻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정권에 좌우되지 않는 중립기구 만들기가 쉽지 않다. 대통령, 국회, 지자체장 추천이 과연 중립적일 수 있을까.

교육감은 정치 중립을 위해 선거 1년 전부터 정당인이 아니어야 하고 선거 과정에서 정당의 도움을 받아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 보수 교육감으로 나뉘는 것은 정치적 중립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선출직이 이런데 추천 임명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정권과 무관한 인사로 구성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책임 정치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대통령도, 교육부도, 여당도 교육 정책에 관해 책임질 이유가 없어지는 문제도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지 않는 게 낫다는 말인가.

“만들더라도 구성은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이 맞다. 정치적 행위이므로 다음 대통령이 해야 할 문제지 정권 말기에 서두를 일이 아니다. 원론적으로 중앙 정부가 자꾸 이런 통제기구를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교육자치가 시행 중인데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제도를 만들어 가는 것은 이런 자치 흐름과도 맞지 않다. 출범하더라도 교육부와 갈등이 생기면 정책 시행 과정에서 취지가 변형되거나 무력화될 수도 있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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