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규제 완화로 5년 내 13만 가구 공급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2종 7층 규제 완화 등
시장 교란행위 발견된 재건축은 '속도 조절'
서울에서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주거정비지수제가 폐지된다. 주거지역 노후화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을 가로막아 '재개발 대못 규제'로까지 불리던 장치가 사라지게 됨에 따라 주거환경 개선과 주택 공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 ‘뉴타운 광풍’ 때처럼 대규모 지정 후 해제됐던 사태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시청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2015년 이후 신규 지정된 재개발구역이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재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이 억제됐다”며 “재개발부터 정상화, 주택공급 감소분을 만회하겠다”고 말했다. 2025년까지 24만 가구 공급을 공약한 오 시장이 ‘스피드 주택공급’의 핵심 축으로 재건축과 재개발을 꼽았지만, 최근 시장 교란 행위가 감지됐던 재건축은 속도조절에 나서는 대신 재개발 촉진 카드를 먼저 꺼내 든 것이다. 시는 이번 규제완화를 통해 연평균 2만6,000가구, 2025년까지 총 13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 시장은 이날 6대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15년 박원순 전 시장이 도입한 주거정비지수제의 폐지. 이 장치 때문에 지난 6년간 정비구역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노후도, 구역면적 등을 보는 현행 법적 요건에 더해 정량적, 정성적 지수 평가를 3단계에 걸쳐 추가적으로 받아야 했다. 현재 서울시내 노후 저층주거지 중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은 약 50%지만, 주거정비지수제를 적용하면 14%로 축소될 만큼 재개발을 억제했다.
앞으로 법적 요건만 충족하면 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적지 않은 노후지역이 재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중랑 중화뉴타운, 강동 천호뉴타운, 강서 방화뉴타운 등 재개발 구역 지정 뒤 해제된 곳들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해제구역은 모두 316곳으로, 동북권 113개소, 서남권 89개소 등 동북ㆍ서남권에 70%가량 집중돼 있다. 이외 서북권 48개소, 도심권 25개소, 동남권 21개소 등이다. 이들 구역은 법적 요건을 충족하고 있어 주민 합의만 있다면 구역지정이 가능하다. 시는 이 중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곳을 170여 곳으로 파악했으며, 재개발 신청 폭증에 대비해 주민동의율을 기존 10%에서 3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신규 구역 지정과 함께 매년 공모를 진행하고, 재개발이 필요한 노후 불량 주거지역을 매년 25개 이상 추가 발굴하기로 했다.
재개발 지역 고도 제한도 완화된다. 7층 높이 제한을 받던 2종 일반주거지역도 재개발 추진을 조건으로 더 높이 지을 수 있게 된다. 공급량, 사업성을 높이는 것은 것은 물론, 사업에 속도를 붙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현재 서울시 전체 주거지역(325㎢) 중 7층 높이 규제를 받는 2종 일반주거지역은 26%(85㎢)에 달한다.
이와 함께 시가 주거정비사업을 주도하는 '공공기획'을 전면 도입,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주민 제안과 자치구 계획 수립 등에 통상 5년이 걸렸지만, 이 경우 지정까지 걸리는 기간은 2년 이내다. 주민동의율 확인 절차도 3단계에서 2단계로 간소화한다.
시의 이번 대책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환영 입장을 표했다. 아파트 단지 재건축보다는 노후지역 재개발이 주택공급 효과를 더 낼 수 있고, 정비사업이 시급한 곳도 노후지역이기 때문이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수요량과 공급량을 예측해 진행했어야 했지만 성급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정 속도를 높이는 데 치중했다"며 "과거 뉴타운 사업에서 구역을 대거 지정한 뒤 사업 진행이 안 돼 해지했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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