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장 "내달 미러회담에서 韓 입장 존중돼야"
"올해는 스푸트니크V 백신이 한국에서 긴급 사용 승인이 됐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공식 방문 중인 박병석 국회의장이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상원의사당에서 발렌티나 이바노브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으로부터 '스푸트니크V 긴급 승인'에 대한 요청을 받았다. 박 의장은 "러시아가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여러 나라에 보급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의 검토 동향을 봐가며 긴급 사용 승인을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방역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상대를 띄우면서 유연하게 대처했다.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에 이은 러시아 국가 서열 3위 인사이자,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박 의장과 마트비옌코 상원의장 간 만남은 박 의장이 국회부의장이던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다.
약 1시간 20분 동안 이어진 회담에서 마트비옌코 의장이 가장 먼저 꺼낸 의제는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문제였다. 그만큼 러시아의 '관심 사안'이란 뜻으로 해석됐다. 마트비옌코 의장은 "러시아는 다른 나라에 백신을 공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백신 생산 기술을 이전하는 유일한 나라"라며 "러시아에서는 이미 2,500만 명이 백신 접종을 했다"며 러시아산 백신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이어 "한국도 우리 백신의 도움을 받아 팬데믹을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WHO와 EMA의 검토 동향을 봐가며 긴급 사용 승인을 결정할 것"이라며 원론적으로 답했다. 의례적으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할 수도 있었지만 '꼭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한다'는 소신에 따른 것이다. 박 의장은 "백신 개발에서 앞선 러시아와 방역에 앞서가는 한국이 협력하면 코로나 방역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16일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도 논의됐다. 박 의장은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핵 문제는 남북한 8천만이 죽고 사는 문제"라며 "(미러 정상회담에서) 당연히 한국의 입장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트비옌코 의장에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분이 있으니 마트비옌코 의장이 나서주시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남북러 열차 시범운행과 관련해 북한을 설득해 달라"고 했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한 것이다.
마트비옌코 의장은 "푸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면 무조건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 협상 프로세스가 재개돼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북한 지도부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내년 상반기 중 방한해달라"고 초청했고,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은 "한국에 대해 따뜻한 추억을 갖고 있다"며 "꼭 방문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의장은 회담을 끝으로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체코로 이동한다. 한국 국회의장으로서는 6년 만에 체코를 찾는 박 의장은 밀로시 제만 대통령을 비롯한 체코 국가서열 1~4위 핵심 인사를 모두 만난다. 박 의장은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알리고,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에 최적의 파트너라는 점을 설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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