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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업보, 그래서 김학의는?

입력
2021.05.25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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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5월 9일 서울동부지검에서 뇌물수수 등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5월 9일 서울동부지검에서 뇌물수수 등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시 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이야기를 꺼내야 할 것 같다. 올해 초 불거진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은 지금도 뜨거운 이슈다. 또 다른 의혹들도 튀어나오고 있다. 2년 전 ‘불법 출금 수사중단 외압’을 가한 혐의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최근 기소되면서 법무부ㆍ청와대 고위 인사들의 연루 정황까지 드러났다. 김학의 사건으로 버닝썬 사태를 덮으려 했다는 ‘청와대발(發) 기획사정 의혹’도 화약고나 마찬가지다. 모두 ‘김학의 사건 재수사’라는 대의에 묻힌, 사건 이면의 ‘불편한 진실’이다. 법원 판단이 남아 있긴 하나, 실질적 정의 못지않게 절차적 정의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우리는 또 한번 얻게 됐다.

그런데 관련 기사를 읽다 보면, 꼬리표처럼 붙는 인터넷 댓글이 하나 있다. “그래서 김학의는?” 일부 네티즌의 트집잡기로 비칠 법하지만, 질문의 무게는 그리 가볍지 않다. 곰곰이 곱씹어 보면, 그럴 만한 이유와 맥락이 있다. 2013년과 2014년,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두 차례나 수사하고도 연거푸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에 대한 불신과 냉소다. 이쯤에서 검찰의 ‘원죄’도 다시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1ㆍ2차 수사에서 검찰 특유의 ‘결기’는 보이지 않았다. 애초 성접대와 성폭행, 성착취 등이 뒤얽힌 이 사건 성격이 워낙 복잡했다 해도, 증거 부족과 진술 번복, 공소시효 완성 등 현실적 한계가 만만치 않았다 해도 검찰이 미온적 수사를 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뇌물사건 수사로 전환하지 않았다는 게 단적인 근거다. 2019년 검찰이 3차 수사에서 김학의를 뇌물수수 혐의로 끝내 기소한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검찰이 김학의에게 건넨 면죄부의 하이라이트는 그의 모습이 찍힌 동영상을 ‘김학의 동영상’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1ㆍ2차 수사팀 검사들은 2018~2019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누가 봐도 동영상 속 인물은 김학의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검찰은 1차 수사 땐 “동영상 내용은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입장만 밝혔고, 2차 수사 땐 불기소 결정서에 “동영상 등장 인물은 불상의 남성”이라고만 적었다. 국민적 공분이 가장 컸던 부분엔 대답 자체를 회피하며 비껴간 셈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 아직까지 그 흔한 유감 표명조차 한 적이 없다.

검찰의 이런 모습은 최근 김학의 사건 수사 강도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피고인 이성윤’의 공소장을 읽는 순간, 윤대진(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조국(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공범으로 적시된 게 아닐까 싶었다. 이성윤의 범죄사실과 맥을 같이한다 해도, 직접 관련성(공모)이 불확실한 사실들까지 낱낱이 적힌 탓이다. ‘불법 출금 수사중단 외압’ 의혹의 전말을 모범답안처럼 정리한 수사팀 노고엔 경의를 표하는 바이지만, 수사대상에 따라 ‘선택적 수사’를 하고 ‘선택적으로’ 수사 내용을 공개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은 지워지지 않는다.

26일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김학의 긴급출금 당시 김 후보자가 법무부 차관이었던 만큼, 아마도 관련 질문이 쏟아질 것이다. 그는 ‘김학의 사건’의 중층성이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話頭)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까. 하여 다시 묻는다. “그래서 김학의는?”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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