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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이제훈, 스스로 길을 찾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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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이제훈, 스스로 길을 찾는 배우

입력
2021.05.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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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제훈이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으로 시청자들에게 긴 여운을 선사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이제훈이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으로 시청자들에게 긴 여운을 선사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이제훈은 자신이 걷는 길을 필모그래피로 말하는 배우다. 이제훈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과 앞으로의 지향점 모두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다. 이제훈의 신작이 늘 주목받는 이유다.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극본 윤지련·연출 김성호, 이하 '무브 투 헤븐')에서 찾아온다. '무브 투 헤븐'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와 그의 후견인 상구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담았다.

극중 이제훈은 조카 그루(탕준상)와 함께 유품정리업체 무브 투 헤븐을 이끄는 불법격투기 선수 상구를 맡았다. 상구는 출소 후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그루를 만나 점차 변화하는 인물이다. 공개 후 쏟아진 뜨거운 반응에 대해 이제훈은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1부 보는데 눈물이 난다'는 글을 봤다. 제 연기가 공감대를 자아냈다는 게 감사하고 놀라운 지점이다. 이 이야기가 10부작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은 유품정리사 김새별 대표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됐다. 현대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고독사, 산업재해, 데이트폭력, 입양아 등 우리의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또 고인에 대한 진정성 어린 전개를 담으며 메시지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배우 이제훈이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으로 시청자들에게 긴 여운을 선사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이제훈이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으로 시청자들에게 긴 여운을 선사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제훈은 바쁜 일정 탓에 아직까지 마지막 회차를 보지 못했다면서도 "정신 못 차리고 울면서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브 투 헤븐'을 통해 따뜻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저로서도 굉장히 신기하다. 또 넷플릭스에게는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었다. 넷플릭스가 '무브 투 헤븐'을 선택해준 것에 대해 너무나 좋고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많이 보여졌으면 좋겠다. 강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요즘 굉장히 많다. 따스한 이야기가 많아진다면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 팬들의 반응에 대해 "너무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인간의 삶을 조명하는 데에 있어서 해외에서도 크게 이질감 없이 보게 된 것 같다. 유품정리사라는 소재를 과거에는 단어들, 혹은 일본 영화 '굿바이' 등으로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시각과 관점이 더 깊어지게 됐다. 엄청나게 스펙터클한 이야기가 아니라 작고 소소한 이야기다. 제게 너무나 아껴주고 돌봐주고 싶은 작품이다. 부끄럽지 않게 소개시켜 주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제훈에게 '무브 투 헤븐' 시나리오 첫 인상은 어땠을까. 그간 이제훈은 작품 선택에서 의미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고 고백했다. 다만 반드시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항상 지양하는 편이다. 작품의 가치를 유독 강조하는 이제훈에게 '무브 투 헤븐'은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 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이들에게도 무언의 감정을 야기하는 작품으로 느껴졌다.

그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을 흘렸다. 내가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정신을 못 차렸다. 이후 감정적으로 작품을 대하는 게 옳지 않은 것 같아 다시 차분하게 대본을 읽었다. 역시나 그 마음들이 그대로 전달되더라.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면서 "고독사, 일하다 죽은 청년, 데이트폭력으로 죽거나 해외입양에 대한 이야기들 등 우리가 사회에서 사연으로 봤던 이야기를 드라마로 담는 과정에서 공감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이제훈에게 가장 깊게 남은 메시지는 바로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사람들을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무브 투 헤븐'을 본 이들이 삶의 태도를 조금이나마 변화시킨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보람을 느낄 것 같다는 이제훈의 진심이 덧붙여졌다.

극 중 상구는 가족에 대한 결핍으로 늘 고독한 삶을 살아왔던 인물이다. 형의 죽음 이후 누구보다 순수한 그루를 만나 삶의 따뜻한 면을 알아가게 된다. 이제훈은 캐릭터에 대해 "상구는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또 안하무인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런 모습이 캐릭터적으로 비호감일 수 있겠지만 사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면의 하나가 아닐까. 점차 상구는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공감이 많이 됐다"고 캐릭터를 깊이 이해하는 면모를 보였다.

배우 이제훈이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으로 시청자들에게 긴 여운을 선사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이제훈이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으로 시청자들에게 긴 여운을 선사했다. 넷플릭스 제공

사실 이제훈에게 상구라는 캐릭터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불법격투기 선수라는 특성상 몸을 최대한 불려야 했고 액션신까지 소화해야 했다. 일주일 중 6일 내내 운동에 매달렸다는 이제훈은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하겠다"면서 "상구의 외적 표현을 확실히 하고 싶어 몸을 만들었다. 액션 하는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보면 항상 더 처절하고 과감하게 보이길 원했다. 연기적으로 언제나 아쉬운 지점이 있지만 몸과 마음을 다해 쏟았다"고 만족감을 표출했다.

또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상구의 부정적인 면모를 부러 강조하며 이제훈은 그동안 거쳐온 캐릭터들과 차별점을 뒀다. 거친 언행을 스스럼없이 해내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낸 대목이다.

작품 속 이제훈의 파격적인 비주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연출진이 수염과 머리를 꼭 길러야 하는지 물었다. 하지만 저는 (상구의 외면이) 조금 더 과감했으면 좋겠더라. 상구가 과거에 남겨진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올드한 이미지로 다가가고 싶었다. 지저분한 이미지를 위해 거친 피부, 수염, 의상 등으로 표현했다. 그런 것들도 제가 의견을 내서 만들었다. 외적인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루라는 캐릭터와 대척점이 되길 원했다. 상구는 그루가 있었기 때문에 표현이 가능했다. 더 부정적이게 표현해도 이후에 변화하기 때문에 더 하드하게 할 수 있었다. 그루는 순수하고 맑은 이미지가 강조된다면 상구는 그 반대에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잘 표현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무브 투 헤븐'이 이제훈에게 남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세상 어떤 이도 변화할 수 있고 또 세상을 바라보는 정직한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 골자다. 이제훈은 "우리는 이 세상을 삶면서 혼탁해지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게 당연해졌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루의 시각을 우리가 가져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를 미워하고 의심하고 증오하는 태도보다 따뜻하게 포용하고 안아주는 마음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이제훈은 한참 후배인 탕준상, 홍승희와 호흡하게 됐다. 두 연기자 후배를 보면서 자신의 신인 시절을 다시 복기하게 됐다는 이제훈이다. 과거 작품 안에서 자신의 연기만 고민했던 이제훈은 어느덧 연기 경력 14년 차 베테랑이 됐다

"작품을 하면서 선배들 틈바귀에서 보호받으며 열심히 연기하면 충분했던 신인 시절이 생각났다. 이젠 작품을 하면서 경력적으로 나이로 사람들을 이끄는 존재가 됐다. 이제는 작품이 어떻게 남겨질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저 역시 재밌는 작품을 매우 좋아하지만 가치 있는 작품, 좋은 이야기에 출연하는 배우가 되길 원한다.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가짐과 닿아있다. 내가 과연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된다면 어떤 사람으로 남겨지게 됐을까. 나는 배우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작품으로서 남는다. 출연작들을 나열했을 때 '좋은 작품에 출연한 배우'였다는 평가를 받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마음으로 작품을 하고 싶다."

다만 이제훈은 자신의 작품관을 사명감처럼 느끼진 않는다고 고백했다. 소신이 고립된다면 교훈과 메시지 위주의 이야기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활동 범위 내에서 소신을 지키고 싶은 이제훈이다.

한편 이제훈은 최근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모범택시'에서 이제훈은 악당을 사냥하는 택시 운전사로 분해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두 작품 모두 아이러니하게도 정의와 사회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 이를 두고 이제훈은 "'무브 투 헤븐'과 '모범택시'가 비슷한 결을 가졌지만 큰 우려는 없었다. 두 작품 모두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다만 동 시기에 공개돼 분산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있었다. 너무 감사하게도 두 작품 모두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촬영에 몰입하고 열정적으로 쏟다 보니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많았다. 좋은 응원들이 힘이 되면서 에너지가 더 생긴다. 앞으로 배우 인생에 큰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참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고착과 거리가 먼 배우다. 영화 '파수꾼' '박열' '사냥의 시간'에서 무겁고 진중한 모습을 드러냈다면 '도굴', 드라마 '내일 그대와'에서는 경쾌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선사했다. 또 최근 '모범택시'에서는 남다른 정의관으로 움직이는 영웅 같은 이미지를 뽐내는 중이다. 일찍이 다져진 이제훈의 연기관은 긴 연기 생활 내 디딤돌이 됐다. 그는 "캐릭터에 대해 언제나 생각한다. 내가 어떤 지점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데뷔하기 전부터 캐릭터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항상 생각했다. 탐구하고 연구하며 다양한 카테고리로 세분화했다. 저를 고갈시키지 않기 위한 과정이었다. 두렵고 걱정이 되지만 계속 시도하고 변화하고 도전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고착된 이미지로서 남고 싶지 않다. 별로라는 이야기를 들을지언정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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