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의 마지막 이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무브 투 헤븐)'는 삶과 죽음을 다루는 10부작 휴먼 드라마다. 고인의 마지막 누운 자리를 정리하고,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하는 유품정리사를 통해 세상의 어떤 죽음도 가볍지 않다고, 누구나의 삶은 유일하다고 말한다.
24일 화상으로 만난 이제훈(37)은 "요즘 강하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많은데 '무브 투 헤븐' 같은 착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와서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사를 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불법 격투기 선수 조상구를 맡았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복형 한정우(지진희)의 아들이자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의 후견인이 되면서 변화하는 인물이다.
국내 1세대 유품정리사 김새별씨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에는 쓸쓸한 죽음이 매회 등장한다. 공장에서 홀로 작업하다 다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데이트폭력 피해자, 환자에 의해 숨진 성소수자 의사, 치매를 앓는 독거노인 등이다. 신문 사회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연 속 주인공들이다. 이제훈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북받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쉴 새 없이 눈물이 났다"고 했다. 하지만 작품은 신파로 흐르지 않는다. 소재는 무겁고 어둡지만 보고나면 왠지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 작품은 여러 죽음에 대한 에피소드를 주축으로 상구와 그루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면서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가 교차한다. 이제훈 역시 성장했다. 그는 "삶과 죽음뿐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이런 생각을 깊게 하면서 크게 공감한 작품"이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이 좀더 깊어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의미'있는 작품을 찾는 배우다. 무엇보다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최우선에 둔다. "신인 때는 캐릭터나 연기에 주안점을 뒀다면 이젠 작품이 어떻게 남겨지게 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배우는 결국 작품으로 보여지잖아요. 훗날 작품을 나열했을 때 '좋은 작품에 출연한 배우였구나'라고 보여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죠." 2007년 독립영화로 데뷔한 이후 그가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그 증거다. 한때 남성 배우 여럿이 나오는 스케일이 큰 영화들이 붐이었을 때도 그는 또래 배우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아이 캔 스피크(2017)' 같이 본인이 빛나지 않는 작품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의미있는 작품만 해야된다는 사명이 있는 건 아니고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재미있고 즐거운 거라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하고 싶어요. 하지만 후지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죠.(웃음)"
그의 선택은 옳았다. 이제훈은 최근 방영 중인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최고 시청률 16.0%)'에서 억울한 피해자들의 복수를 대리하는 김도기 역으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그는 "계속 변화하고,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본인의 작품을 유품으로 남기고 싶다는 그는 '무브 투 헤븐'의 시즌2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이 이야기가 10부작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한테 너무 소중한 작품이라 이 작품만큼은 꼭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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