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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문지영이 고른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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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문지영이 고른 음악들

입력
2021.05.24 16:00
수정
2021.05.24 21:37
0 0

29일 예술의전당서 라모·라벨·슈베르트 곡으로 리사이틀

21일 서울 인사동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문지영은 "작곡가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홀로 견디며 예술로 승화시켜 왔는데 그렇게 쓰인 곡들은 단순할 수가 없다"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작곡가들의 메시지를 관객들이 공연에서 느끼고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21일 서울 인사동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문지영은 "작곡가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홀로 견디며 예술로 승화시켜 왔는데 그렇게 쓰인 곡들은 단순할 수가 없다"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작곡가들의 메시지를 관객들이 공연에서 느끼고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2015년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문지영의 연주를 본 심사위원장은 "이 시대에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음악성의 자연스러움을 발견했다"고 극찬했다. 심사위원장은 오스트리아 빈을 대표하는 3대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외르크 데무스였다. 문지영은 2014년 제네바 콩쿠르에 이어, 그렇게 부조니에서도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서 비상했다.

지극히 당연한 가치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음악성이 연주자의 특이점이 될 수 있을까. 게다가 자연스럽다는 것은 모호하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최근 서울 인사동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문지영은 "오가닉(Organic)하고 사람의 목소리를 닮은 음악이 자연스러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전위적인 해석으로 관객을 놀라게 만들기보다는 인간의 숨쉬기와 같은 자연스러운 연주를 고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문지영은 피아노를 치면서도 '이 곡을 사람이 부르면 어떻게 될까?' 하고 고민한다.

그의 철학은 이미 관객의 호응을 받고 있다.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문지영의 리사이틀은 이미 전석 매진됐다. 이번 독주회에서 그는 라모의 '새로운 클라브생 모음곡집' 일부와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슈베르트 '12개의 독일 무곡' 피아노 소나타 19번(D. 958)을 연주한다. 라벨을 제외하면 모두 공식 연주회에서 처음 연주하는 작품들이다.

문지영은 원래 지난해 브람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리사이틀을 준비했으나 코로나19로 무산됐다. 문지영은 "열심히 준비했지만 브람스를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연주하기에는 정체된 느낌이 들었다"며 "모든 음악은 연주돼야만 하는 때가 있다"고 말했다.

2015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한 문지영이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하고 있다. 문지영은 "콩쿠르 기억이 이제는 굉장히 까마득하다"면서 "음악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2015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한 문지영이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하고 있다. 문지영은 "콩쿠르 기억이 이제는 굉장히 까마득하다"면서 "음악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인위성을 거부하는 연주자답게 "지금 나를 끌어당기는" 곡들로 연주회 프로그램을 재구성했다. 1부가 프랑스, 2부가 독일 작곡가 음악으로 구분되긴 했지만 "일부러 정한 주제는 없다"고 했다. 3개 곡으로 이뤄진 '밤의 가스파르'는 문지영이 부조니 콩쿠르 당시 세 번째 곡 '스카르보'를 쳤었다. 문지영은 "전곡을 연주하지 못한 결핍을 느껴서 선곡했다"며 "개별 곡을 들을 때와 1~3곡을 한 번에 들을 때의 흐름은 다르다"고 말했다. 라모의 곡에 대해서는 "300년 전 음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현대적"이라고 했다.

슈베트르는 각별하다. 지난해 스승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함께 앨범을 냈을 정도지만 홀로 연주는 처음이다. 문지영은 "슈베르트의 정체성은 가곡과 춤곡에서 드러나는데, 2~3줄 짧은 악보에 작곡가의 뿌리가 담겨 있을 정도로 경이롭다"고 말했다.

피날레는 슈베르트 후기 3대 소나타 중 하나인 19번이다. 문지영은 "이 곡을 쓸 당시 슈베르트는 이미 다른 세상에 속해 있었던 것 같다"면서 "베토벤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만의 노래하는 방식이 확연하다"고 말했다. 특히 "모든 악장에 걸쳐 등장하는 불가사의한 음악의 단절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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