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역사상 첫 50대 메이저 대회 우승자가 탄생하자, 이를 지켜보던 갤러리들은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50세 11개월의 나이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레프티(leftyㆍ왼손잡이)’ 필 미컬슨이 새 역사를 쓴 순간이다. 만 50세 이상 선수들이 참가하는 시니어 선수들 무대인 ‘챔피언스 투어’를 병행하고 있는 그는 “어쩌면 내 마지막 (PGA 투어)우승일 것”이라며 감격했다.
미컬슨은 24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키아와 아일랜드(파72)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총상금 1,1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6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기록,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우승했다. 4언더파 284타로 공동 2위인 브룩스 켑카(31ㆍ미국)와 루이 우스트히즌(39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공동 2위에 오른 선수들에 두 타 앞선 기록이다.
이날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미컬슨은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다. 10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냈지만 13번 홀(파4)과 14번 홀(파3)에서 보기를 범하며 흔들렸다. 그러나 16번 홀(파5)에서 버디로 만회한 뒤 17번 홀(파3)에서는 티샷이 깊은 러프에 빠졌음에도 침착하게 공을 빼내는 노련함을 발휘해 보기로 막아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는 파를 기록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미컬슨이 지난 2013년 디오픈 챔피언십 이후 8년 만에 거둔 개인 통산 6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건 2005년에 이어 두 번째다. 그의 PGA 투어 통산 45번째 우승이기도 하다. 미컬슨은 월터 하겐(미국)과 함께 역대 최다승 공동 8위가 됐다. 통산 우승 횟수도 45회로 늘렸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기록은 최고령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종전까지는 1968년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줄리어스 보로스(48세 4개월)가 이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50대에 접어들어도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한 1970년 6월생 미컬슨의 자기관리 능력이 빛을 본 결과다. 메이저대회를 포함한 모든 대회를 통틀어도 50세가 넘어 PGA 투어에서 우승을 거둔 선수는 단 6명뿐이었다.
훈련 여건도, 코스 세팅도 오른손잡이에 맞춰진 여건을 오랜 시간 헤쳐가며 거둔 왼손잡이의 승리이기도 하다. 챔피언스 투어 진출을 선언해놓곤 PGA 투어와 병행하는 그를 향해 기회주의자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이번 우승은 그가 여전히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최고 기량을 보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새로운 기록에 대한 도전 기회도 얻었다. 미컬슨은 향후 5년간 US오픈 출전권을 보장받았다. US오픈은 미컬슨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려면 한 번은 꼭 우승해야 하는 대회다. 1년 뒤부터는 어떤 대회를 우승하든 샘 스니드(미국)가 1965년 그린즈버러 오픈에서 거둔 PGA 투어 최고령 우승(52세 10개월)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미컬슨은 노장에게 희망을 줬다. 그는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막상 우승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다른 (노장) 선수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46)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컬슨이 50세에 다시 우승하는 걸 보니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국 선수 가운덴 임성재(23)가 최종합계 이븐파 288타로 공동 17위를 기록, 가장 높은 위치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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