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0, 31일 서울에서 P4G 정상회의 개최
지난해 9월 미국 국토의 약 43%는 가뭄에 시달렸다. 반대로 남부 해안지역에는 100여 년 만에 가장 많은 열대성 폭풍이 발생했고, 중서부와 북부 평원에는 평년보다 한 달 이른 서리가 내렸다. 중남미에선 6~11월 대서양 허리케인이 역대 최다인 30회 들이닥치기도 했다.
다른 대륙도 '이상 현상'을 겪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이어졌지만, 루마니아, 폴란드 등 동유럽 지역에선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발생해 유럽 최대 밀·옥수수 재배지가 대흉작을 겪었다. 중국에선 쌀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양쯔강 유역에 여름철 두 달 동안 폭우가 이어져 농경지가 초토화됐다. 케냐,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동부 지역에선 메뚜기 떼가 급증해 농작물이 전멸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 같은 기후위기와 이에 따른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가 오는 30일과 3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화상으로 개최된다.
P4G는 한국·덴마크 등 12개 정부와 국제기구·민간기업 등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7년 출범한 국제 협력체다.
이번 회의는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환경 분야 다자정상회의이기도 하다. 특히 식량·농업 세션에서는 '지속 가능한 농업과 푸드 시스템'을 주제로 국제기구와 시민사회, 민간기업이 해결책을 도모할 예정이다.
논의의 배경에는 점차 현실화하는 기후변화가 있다. 세계기상기구(WMO) 등에 따르면 지난해는 역사상 세 번째로 따뜻한 해였다. 지구 평균 기온이 19세기 산업화 이전보다 약 1.2도 높았다. 세계 곳곳에서 홍수, 가뭄, 태풍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식량부족 위기에 처했고, 한국 역시 지난해 기록적인 장마로 지금까지도 농산물 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보다 기후위기가 더 심각한 식량 위기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기아 문제도 심각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6억9,000만 명이 기아 상태에 있다. 전체 인구의 약 8.9%에 해당한다.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로 기아 인구가 1억3,200만 명 늘었고, 2030년에는 그 규모가 8억4,0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논의 방향은 크게 '글로벌 식량안보 달성'과 '농업 분야 탄소중립' 두 가지로 나뉜다. 정부 관계자는 "기후위기가 식량 위기로 옮겨가지 않도록 막기 위해 필요한 글로벌 협력 강화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농식품 생산·소비 측면에서의 탄소중립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생산을 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P4G 정상회의 식량·농업 세션은 31일 오후 1시부터 화상회의로 열리며, P4G 공식 홈페이지와 농식품부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취동위(屈冬玉) FAO 사무총장, 아그네스 칼리바타 유엔 푸드시스템 정상회의 특사,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등이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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