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악천후에 참가자들 대거 조난
극심한 추위로 다수 저체온증 겪어
중국에서 열린 산악 마라톤 대회 도중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로 참가자 21명이 숨지는 참변이 일어났다. 시시각각으로 날씨가 돌변하는 산악지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대회를 강행한 탓이다. 날씨와 지형 문제로 구조 작업도 어려움을 겪어 인명 피해가 컸다.
23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쯤 북서부 간쑤성 바이인시에 위치한 황허스린지질공원 일대에서 열린 100㎞ 크로스컨트리 산악 마라톤 대회 도중 돌연한 악천후로 참가자 170여명이 조난을 당했다. 참가자들은 고도 2~3㎞ 구간의 좁은 산길을 달리고 있었는데 날씨가 급변해 우박이 쏟아지고 강풍이 몰아쳤다.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비가 얼어붙기도 했다. 극심한 추위로 참가자들은 저체온증을 겪었고, 실종자가 대거 발생했다.
지역 당국은 구조대원 700여명과 레이더 탐지기,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 응급처치 장비 등을 투입해 밤새 수색 작업을 벌였다. 다행히 151명은 안전하게 구조됐지만 21명은 결국 사망한 채 발견됐다. 구조자 중 8명은 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구조대는 험준한 산악 지형과 악천후 때문에 수색에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CCTV는 구조대원의 말을 빌려 “사고 지점 기온이 0도에 가까웠다”며 “참가자 대부분이 반소매 상의 등 얇은 옷을 입고 있어서 극한 추위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지역 당국은 사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조사팀을 구성했다. 마라톤 대회는 즉시 중단됐고, 황허스린지질공원도 일시 폐쇄됐다.
AP통신이 한 참가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해당 마라톤 대회는 앞서 4차례는 무사히 치러졌던, 비교적 안정적인 코스라고 한다. 하지만 출발 당시부터 이미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이 참가자는 “출발 신호가 울리기 전 2㎞를 달렸는데도 체온이 올라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상 악화가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대회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장수첸 바이인 시장은 “행사 주최자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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