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갈대, 제주 흙, 완도 미역…베니스에 '미래학교'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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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갈대, 제주 흙, 완도 미역…베니스에 '미래학교'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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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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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개막

22일 개막한 '제17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내부 중앙에 김아연 작가가 충남 서천군에서 채취한 갈대 꽃을 엮은 원형 카펫을 설치했다. 청소기와 플라스틱에 밀려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서천 갈대꽃 빗자루'에 영감을 받은 작가의 '블랙메도우'는 생명이 사라진 자연을 상징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 자르디니 공원 안에 ‘미래학교’가 문을 열었다. 둥근 원호 모양의 투명한 유리창 너머 교실 중앙에는 충남 서천군에서 채취한 갈대 꽃을 엮은 원형 카펫(김아연의 ‘블랙메도우’)이 깔려 있다. 부엌도 있다. 차와 음료를 제주의 흙으로 빚은 옹기(정미선의 ‘미래학교 제주 옹기’)에 담아 마실 수 있다. 전남 완도군에서 채취한 미역으로 끓인 미역국(송호준의 ‘미래학교 식량 채집’)도 소개된다. 학교는 급식으로 채식을 제공(이혜원의 ‘미래학교 기후를 위한 런치케어’)한다. 이 학교는 22일(현지시간) 개막한 ‘제17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 참여한 한국관이다.


미래학교, ‘기후ㆍ이주ㆍ혁신’을 얘기하다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주제로 전 세계 46개국이 참여하는 이번 건축전에서 한국관은 앞서 ‘미래학교’를 주제로 선정했다. 신혜원 예술감독은 22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해 있는 기후위기, 디아스포라(난민 문제), 혁신 등을 다루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폭넓게 대화하고, 함께 생각을 모아서 더 좋은 미래를 구상해보자는 취지에서 ‘미래학교’를 열게 됐다”라며 “전시는 이에 대한 정답을 보여주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구심점으로서 출발한다”고 소개했다. 이번 행사에서 전시, 워크숍, 설치, 대화 프로그램 등의 형태로 50여 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25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22일 개막한 '제17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내부의 부엌에서는 이혜원 작가가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학교 등 공공시설의 친환경 급식을 제안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미래학교에서는 크게 기후, 이주, 혁신 등 세 가지 주제에 관한 논의의 싹을 틔운다. ‘미래학교 기후를 위한 런치케어’를 선보이는 이혜원 작가(대진대 미술학부 교수)는 한국의 학교 급식에서 볼 수 있는 채식 식단을 제공한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공공시설의 친환경급식을 실천적 대안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초ㆍ중ㆍ고교 급식 대상이 500만 명이 넘는데, 이들에게 친환경 급식을 할 경우 1년에 여의도 면적 20배에 달하는 숲이 조성되는 효과가 있다”라며 “이처럼 연대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제도 변화를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배봉산 숲속도서관 등을 설계한 이소진 건축가(아뜰리에 리옹 대표)는 이번 행사에서 대도시 내 도시공원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한다. 이 건축가는 “어떻게 자연과 사람 중심의 소박한 장소가 미래 지향적 혁신에 일조하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호준 작가가 전남 완도군에서 채취한 미역 등 해조류를 설명하고 있다. 송 작가는 해양 생태계를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된 해조류를 어떻게 미래 식량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관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미래학교 온라인(www.futureschool.kr) 영상 캡처

송호준 작가는 미역을 통해 기후위기뿐 아니라 이주 문제로까지 논의를 확산시킨다. 전 세계적으로 바다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유해 해조류로 인식되는 켈프 중 하나인 미역이 국내에서는 생명의 의미를 담은 소중한 음식으로 활용되는 과정을 다룬다. 송 작가는 “‘우리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먹는가’에 관한 논의를 구체적인 소재인 미역을 통해 시작해보고자 했다”라며 “기후위기뿐 아니라 탈식민, 이주 문제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 그래픽 디자이너 크리스 로가 디자인한 한국관 공식 포스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신혜원(앞 줄 맨 왼쪽) 한국관 예술감독이 22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래학교 온라인'을 설명하고 있다. 올해 건축전에 참여한 한국관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베니스 현장보다 온라인에서 소개되는 프로그램의 수가 월등히 많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온라인으로 즐기는 비엔날레

코로나19는 비엔날레의 전시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물리적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온라인에서 활발한 논의의 장을 열었다. 실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수가 현장보다 훨씬 많다. 신혜원 감독은 “코로나19로 행사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미래학교 온라인’을 개설했다”라며 “가상의 디지털 캠퍼스에서 워크숍과 세미나, 아카이빙 등 다양한 방식의 커리큘럼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들이 내놓는 결과물을 보여주는 기존의 전시가 아닌, 많은 이들이 함께 연대하는 과정으로서의 전시가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관에 참여하는 작가와 프로그램 수는 역대 최대 규모다. 그만큼 다루는 주제의 범위도 넓다. 신 감독은 ‘미래학교 선언문’(송률ㆍ크리스티안 슈바이처)을 인용해 설명했다. “건축은 근본적으로 사회적인 것이다. 건축은 우리 모두에 의한,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건축은 우리의 존재 모든 순간에 우리의 삶을 형성한다.”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 설치된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이 올해에는 '미래학교'로 변신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1980년 시작돼 미술전과 번갈아 2년마다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은 세계 건축 흐름을 총망라하는 건축계 최대 행사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한 해 연기된 이번 건축전은 레바논 건축가 하심 사르키스가 총감독을 맡았다. 가장 우수한 건축을 선보인 국가관을 뽑는 ‘황금사자상 국가관’은 8월 발표 예정이다. 행사는 11월 21일까지.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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