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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다이애나 사기 인터뷰' 후폭풍… 커지는 개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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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다이애나 사기 인터뷰' 후폭풍… 커지는 개혁 요구

입력
2021.05.23 09:00
수정
2021.05.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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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삭감·동결, 쇄신 압박 이어져
회사도 뒤늦게 이사회 구성 등 대응

1995년 11월 다이애나비의 BBC방송 인터뷰가 실린 영국 일간지 1면 모습. AFP 자료사진

1995년 11월 다이애나비의 BBC방송 인터뷰가 실린 영국 일간지 1면 모습. AFP 자료사진

26년 전 고 다이애나비의 인터뷰 과정에서 취재 기자의 사기 행위가 드러난 영국 BBC방송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수신료 동결ㆍ삭감이란 재정적 타격은 물론, 개혁 압박과 수사 재개 가능성 등 악재가 한꺼번에 돌출되는 형국이다.

일간 더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가구당 연간 159파운드(25만5,000원)에 이르는 수신료를 5년간 동결 혹은 삭감하는 방안을 두고 BBC와 협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 수신료 수입은 연 32억파운드(약 5조1,000억원), 전체의 75%를 차지할 만큼 재정 운용에 절대적이다. 2015년 수신료를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올리기로 정부와 합의한 지침이 당분간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BBC가 세계 선도 방송사로서의 명성을 망가뜨린 점은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일 존 다이슨 전 영국 대법관은 1995년 BBC 프로그램 ‘파노라마’를 통해 방영된 다이애나비 인터뷰 과정을 조사한 결과, 당시 무명 기자였던 마틴 바시르가 거짓말과 사기로 인터뷰를 성사시켰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위조된 은행 입출금 내역서를 근거로 다이애나비의 동생 찰스 스펜서 백작에게 접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도 BBC의 쇄신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방송사가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성토했고, 로버트 버클랜드 법무장관도 BBC의 지배구조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방송ㆍ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콤 역시 “BBC의 투명성과 책임에 관해 중요한 문제가 제기됐다”며 조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21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BBC 본사 건물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21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BBC 본사 건물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그간 사태를 관망했던 경찰도 적극적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보고서를 분석해 바시르에 대한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스펜서 백작은 전날 크레시다 딕 런던경찰청장을 만나 “누나는 협박과 사기 피해자”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뒤늦게 자구안을 내놓는 등 비난 여론을 달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BBC가 회사 전략 등을 다루는 현 이사회와 별개로 전직 기자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만들어 보도 관련 민원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이애나비 인터뷰 당시 뉴스담당 대표였던 토니 홀 전 BBC 사장도 내셔널 갤러리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밖에 바시르의 은행 서류 위조작업을 한 그래픽 디자이너 매트 위슬러는 명예회복과 보상을 요구할 방침이다. 그는 사정을 모른 채 바시르의 요청으로 작업을 했다가 방송 뒤 조작 사실을 눈치채고 회사에 알렸지만, 오히려 취업이 제한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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