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퍼주기'가 낫다… 선진국·제약사 '백신 특허 보호' 이심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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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퍼주기'가 낫다… 선진국·제약사 '백신 특허 보호' 이심전심

입력
2021.05.22 19:31
수정
2021.05.2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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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저소득국들에 연내 백신 1억회분 기부"
화이자 등은 최대 35억회분 싸게 공급키로
보건정상회의 선언문서 '지재권 면제' 빠져
인도·남아공,?WTO에 3년 면제 제안서 제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왼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2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화상 글로벌 보건정상회의를 끝낸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가난한 나라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퍼주겠다는 선진국과 제약사들의 약속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허권을 지켜야 한다는 이심전심의 결과다.

21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열린 화상 글로벌 보건정상회의에서 연내 중ㆍ저소득 국가에 최소 1억회분의 백신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프랑스와 독일이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던 각 3,000만회분 물량이 포함된다. 백신 기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백신 공동 구매ㆍ배분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이뤄진다. EU는 또 아프리카의 백신 생산 공장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10억유로(1조4,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보건 민족주의에 반대한다”며 “전 세계 모든 이, 모든 곳에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을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 중인 중국도 추가 지원을 공약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이날 회의 연설에서 국제사회의 코로나 공동 대응을 돕기 위해 향후 3년 내에 30억달러(3조4,000억원) 국제 원조를 시행하고 할 수 있는 한 외국에 더 많은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웬일로 글로벌 제약사들도 동참하고 나섰다. 내년까지 저개발국에 최대 35억회분의 백신 물량이 배정될 전망이다. 화이자는 코백스 등을 통해 내년까지 20억회분, 모더나는 같은 기간 10억회분을 각각 제공할 계획이다. 존슨앤드존슨(J&J)은 올해 코백스와 2억회분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3억회분을 추가 공급할지를 협의 중이다. 이들 제약사는 해당 물량을 원가나 그 이하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열린 보건정상회의는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와 EU가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고 미래의 또 다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예방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공동 개최한 행사다. 회의 종료 뒤에는 공동 선언문이 채택됐는데, 기부와 생산 물량 확대, 수출 금지 해제 등을 통한 세계적인 백신 보급 노력 및 글로벌 의료 시스템 지원 강화, 팬데믹 경보 시스템 구축 등 16개 원칙이 여기에 담겼다.

그러나 국가 간 이견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백신 지식재산권의 한시적 면제는 선언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회의 종료 뒤 기자회견에서 모든 참석자는 지재권이 기술 발전을 더 추동할 수 있다는 데에 동의했다며 백신 지재권 문제에 대한 ‘제3의 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안하겠다고 했다. 제약사들도 지재권 면제가 증산에 기여하기보다 원료 부족과 저질 백신 양산 등 부작용만 낳으리라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지난해 10월 WTO에 지재권 면제를 처음 제안한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면제 기간을 최소 3년으로 구체화한 코로나 관련 보건 제품 및 기술 지재권 면제 제안서 개정안을 21일 제출했다고 22일 WTO가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갈수록 ‘백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저 정도 물량으로는 ‘백신 가뭄’을 해소하기에 어림도 없다는 사실이다. 저개발국이 밀집한 아프리카의 경우 백신 접종 인구가 전체 2%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미국은 전체 국민의 40% 이상, 유럽은 20% 이상이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맞았다. 획기적 대안 없이 이런 백신 불균형을 방치할 경우 코로나 사태의 완전 종식은 요원하다는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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