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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명 목숨 잃는 '자궁경부암', 성생활하는 여성이면 누구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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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명 목숨 잃는 '자궁경부암', 성생활하는 여성이면 누구나 위험

입력
2021.05.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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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백신으로 예방 가능하고 조기 발견하면 완치할 가능성도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백신으로 예방 가능하고 조기 발견하면 완치할 가능성도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자궁경부암으로 국내에서 하루 2명, 전 세계적으로도 2분에 1명씩 목숨을 잃는다. 성생활을 시작한 여성이라면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자궁은 여성을 상징하는 ‘제2의 심장’으로 불린다. 몸 중앙에 위치해 임신과 출산의 시작과 끝을 맡는다. 자궁 경부(頸部)는 자궁 아래쪽과 질(膣)이 연결되는 부분, 즉 자궁 입구다. 자궁경부암은 바로 이곳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최세경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고 조기 발견하면 완치할 가능성이 높다”며 “임신ㆍ출산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자궁경부암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자궁경부암으로 하루 2명 이상 목숨 잃어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에게 세 번째로 많은 암이다. 매년 50만 건이 보고되고, 23만 명이 사망한다.

국내 자궁경부암 발생 건수가 최근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2018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궁경부암의 연령 표준화 발생률은 10만 명당 2009년 12.3명에서 2018년 8.4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5만 명 이상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진료를 받고, 3,500명 정도가 새로 진단된다. 2018년에는 800명 이상이 자궁경부암으로 목숨을 잃었다. 아직도 하루 10명 정도가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받고 2명 이상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는 셈이다.

최세경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자궁경부암이 감소하는 이유는 자궁경부암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oma VirusㆍHPV)에 대한 백신 무료 접종 사업과 자궁경부암 국가검진사업 때문”이라며 “자궁경부암 정기검진과 백신 접종은 자궁경부 이상과 HPV 감염을 조기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했다.

◇HPV 감염으로 발생…70%가 16ㆍ18형

자궁경부암 가운데 주로 발병하는 암은 두 종류다.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편평상피세포암과 10~20%를 차지하는 선암이다. 원인은 HPV 감염이 주요 원인이다. 자궁경부암의 99%에서 HPV가 발견된다. HPV는 국내 성인 10명 중 1~2명, 성인 남성 10명 중 1명 정도가 감염되는 흔한 바이러스로, 대부분 성관계로 감염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HPV 종류는 150여 종이다. 암 발생 위험도에 따라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으로 분류된다. 16형과 18형이 자궁경부암의 70%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고위험 바이러스다. 여성의 50~80%가 한 번은 HPV에 감염되는데, 이중 절반가량이 고위험군 HPV로 추정된다.

다만 HPV에 감염됐다고 모두 자궁경부암으로 악화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HPV 감염은 보통 6개월에서 2년 내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물론 감염 상태가 지속되면 자궁경부암에 걸릴 위험은 높아진다.

바이러스 감염과 함께 흡연ㆍ성병ㆍ영양ㆍ여러 차례의 출산 경험 등 다른 요인들이 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궁경부암은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기에 자가진단이 어렵다. 그러나 암이 진행되면 성관계 후 출혈ㆍ생리 이외의 비정상적 출혈, 악취 나는 분비물이나 출혈성 분비물, 배뇨 곤란, 아랫배ㆍ다리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최세경 교수는 “자궁경부암의 주증상인 출혈도 경미한 수준으로 그냥 지나칠 때가 많고 암 말기가 돼야 통증이 나타난다”고 했다.

자궁경부암이 발병했다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 요법으로 치료한다. 치료법은 암 병기(病期)와 크기, 환자 건강 상태나 나이 등을 고려해 택한다. 자궁 주변에 암이 깊게 침투했다면 자궁을 들어내거나 항암화학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치료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백신 접종으로 예방…20대 이상 2년마다 검진해야

장궁경부암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검진하고 HPV 예방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자궁경부암의 56%는 정기적으로 검진받지 않는 여성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국가암검진 권고안에 따라 만 20세 이상 여성은 2년에 한 번 자궁경부암 검진을 권고하고 있다. 검사는 간단한 자궁경부세포 검사로 진행된다.

백신 접종은 HPV 감염을 예방한다. 4가 백신은 6형 11형 16형 18형, 9가 백신은 그 외 추가로 다섯 가지 아형에 대해 예방 효과가 있다. 백신의 권장 접종 연령은 9~26세 여성이다. 최근 개정된 임상 접종 지침에서는 4가와 9가 백신은 45세, 2가 백신(16·18형 HPV 예방)은 55세까지 접종 가능 연령을 확대했다.

HPV 백신은 2016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됐다. 만 12세 여아는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예방 백신 3회를 모두 접종했다면 HPV 16형과 18형에 대해 거의 100%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NIP로 접종할 수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서바릭스ㆍ가다실 등 두 종류다. 또 기존 30세 이상 여성에게 제공하던 자궁경부암 검진을 2016년부터 전체 20대 여성으로 확대했다.

이미 감염됐던 사람도 백신 접종으로 재감염 위험에 막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성 접촉이 있기 전 아동ㆍ청소년기(만 9~14세)에 HPV 예방 접종을 하면 그 이상 연령에서 접종한 것보다 면역반응이 더 높고 효과적”이라고 했다.

최세경 교수는 “HPV 백신에 대한 잘못된 부작용 정보로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며 “HPV 백신의 부작용 위험은 독감이나 다른 백신보다 낮은 수준으로 반드시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어 “HPV는 성적 접촉에 의해 감염될 수 있으므로 안전한 성생활을 하는 것이 자궁경부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정기검진으로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기 전 상태인 상피내종양을 일찍 발견해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남성도 HPV 백신 접종 늘어나

최근에는 남성의 HPV 백신 접종도 점차 늘고 있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외에 항문암ㆍ음경암ㆍ두경부암ㆍ생식기 사마귀 등을 예방하기 위해 남성 접종도 권고된다. 무엇보다 여성에게 HPV 전파를 막아 자궁경부암 발병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 미국ㆍ캐나다ㆍ호주ㆍ영국 등에서는 HPV 백신 필수 접종 대상에 남자 어린이도 포함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궁경부암 백신이라는 용어 대신, ‘HPV 백신’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최세경 교수는 “최근 대한부인종양학회에서 발표된 권고안에서는 HPV 예방 백신의 접종 대상을 9~45세 여성에 9~26세 남성도 포함했다”며 “HPV 감염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만큼 남녀 모두에게 HPV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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