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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상에 백기 든 편의점, ‘350원 아이스크림’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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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매상에 백기 든 편의점, ‘350원 아이스크림’ 사라진다

입력
2021.05.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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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최저가 경쟁 31일로 막 내려
개당 400원 무너지자 도매상 반발?
양쪽 눈치 보는 빙과업체는 ‘유구무언’

슈퍼마켓 냉동고에 각종 빙과류가 진열돼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슈퍼마켓 냉동고에 각종 빙과류가 진열돼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앞으로 편의점에서 개당 35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볼 수 없게 됐다. 편의점들이 벌이던 ‘아이스크림 최저가 경쟁’이 빙과류 유통의 과반을 차지하는 이른바 ‘아이스크림 도매상’과의 갈등 속에 이달로 중단되기 때문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3사인 CU와 GS25, 세븐일레븐은 ‘최저가 아이스크림’ 행사를 31일자로 중단하기로 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10개 이상 구매 시 개당 350원 행사는 종료하고 5개 이상 구매하면 개당 4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만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업계는 이달 초 아이스크림 최저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CU는 요맘때, 캔디바, 호두마루바 등 행사 아이스크림을 10개 이상 구매하면 개당 65% 할인한 350원에 판매했다. 세븐일레븐도 스크류바와 돼지바, 월드콘 등 아이스크림 90여 종을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30% 할인해줬다. 1+1, 2+1 행사 중복 할인까지 적용하면 최대 할인율은 65%에 달했다.

편의점에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자 소비자 편익은 높아졌다. 아이스크림은 가격표시가 없는 제품인 데다 최종판매자가 가격을 정하는 탓에 점포에 따라 가격이 들쑥날쑥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온 고객이 다른 상품을 함께 구입하는 ‘견인 효과’를 누릴 수 있어 편의점에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아이스크림 유통 과정. 빙과업계에 따르면 슈퍼마켓 등에 빙과류를 납품하는 도매상들의 취급 물량은 지난해 기준 약 60% 정도인 반면 편의점 비중은 30% 미만이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아이스크림 유통 과정. 빙과업계에 따르면 슈퍼마켓 등에 빙과류를 납품하는 도매상들의 취급 물량은 지난해 기준 약 60% 정도인 반면 편의점 비중은 30% 미만이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러나 편의점업계가 기존 최저가(400원)를 깨자 도매상의 반발이 강해졌다. 도매상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빙과업계는 몸을 사렸고 편의점업계는 최저가 마케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빙과업계에 따르면 슈퍼마켓 등에 빙과류를 납품하는 도매상들은 지난해 기준 60% 정도의 물량을 소화한 반면 편의점은 30% 미만이다.

도매상들의 반발에 편의점업계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달 들어 20일 넘게 비가 온 탓에 실제 아이스크림 매출은 그리 높지 않았는데, 편의점이 마치 도매상의 아이스크림 매출을 빼앗아 간 것처럼 비쳤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편의점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은 날이 화창하고 손이 자유로워야 많이 팔린다”며 “마스크를 쓴 소비자가 우산까지 들면 아이스크림을 사기 어렵기 때문에 편의점뿐 아니라 슈퍼마켓 등에서도 아이스크림이 덜 팔렸다”고 항변했다.

빙과업체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빙과류 유통구조가 워낙 복잡해 동네 구멍가게부터 규모가 큰 대형점포까지 모든 판매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유통 채널별 공급단가는 서로 기밀이고, 아이스크림은 과자와 달리 한정된 냉동고 안에서 제한된 양만 보관할 수 있어 (유통채널 중) 어느 한 곳에 밉보이면 납품에 차질이 생긴다”며 “큰손 고객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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