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혼자 도피... 죄질 나빠"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모텔 화재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모텔에 불을 질러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남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문병찬)는 21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모(70)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조씨는 지난해 11월 25일 오전 2시 38분쯤 투숙 중인 마포구 공덕동의 3층짜리 모텔에서 주인 박모씨에게 술을 요구했다가 거절 당하자 말다툼을 하던 중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검찰은 이 불로 모텔 투숙객 14명 중 3명이 숨지고 박씨 등 5명이 다쳤다는 점을 근거로 조씨에게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모텔에 불을 지르고 혼자 도피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씨는 여러 사람이 있던 모텔에 불을 질렀음에도 조치 없이 혼자 도피해 죄질이 극도로 나쁘다"며 "피해자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법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등 개선하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귀한 사람의 생명을 침해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조씨 측은 방화 사실을 자백했다가 법정에서 '자신이 불을 지르지 않았다'는 취지로 번복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찰 조사에서 라이터로 옷에 불을 지르려다 잘 붙지 않자 종이에 불을 붙인 뒤 이를 옷에 옮겨 붙이는 방식으로 불을 질렀다고 자백했다"며 "화재 조사 결과를 봐도 피고인이 투숙하던 모텔 101호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이전에도 현주건조물 방화미수죄로 징역형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적이 3회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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