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자, 거짓말과 위조 입출금 내역서로 인터뷰 주선했다" 폭로한 스펜서 백작 주장 인정
영국 BBC방송이 고개를 숙였다. 1995년 BBC ‘파노라마’를 통해 방송된 고(故) 다이애나비의 인터뷰 배경에 당시 취재기자의 거짓말과 사기 행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이애나비의 동생인 찰스 스펜서 백작의 지난해 주장을 인정한 셈인데, 다이애나비의 두 아들인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손은 다이애나비의 죽음에 BBC의 책임이 있다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존 다이슨 전 영국 대법관은 20일(현지시간) 조사보고서를 발표해 스펜서 백작의 주장을 인정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스펜서 백작은 앞서 지난해 11월, 당시 다이애나비와 인터뷰를 했던 마틴 바시르 기자가 거짓말과 위조된 은행 입출금 내역서 등을 내밀며 인터뷰를 주선케 했다고 공개 폭로했다. 다이슨 전 대법관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바시르가 부적절하게 행동했고, BBC의 편집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결론내렸다. 또 바시르의 설명 상당 부분이 “믿을 수 없고, 신뢰가 가지 않으며, 일부는 부정직하다”고 판단했다.
BBC에도 책임이 있다고 다이슨 전 대법관은 밝혔다. “자사의 특징인 높은 윤리와 투명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면서 바시르에게 잘못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던 1996년 BBC 조사도 문제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팀 데이비 BBC 사장은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BBC는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사과를 하는 바”라고 말했다. 다만 당사자인 바시르는 지난주 ‘건강문제’를 이유로 회사를 그만둔 상태다.
당시 인터뷰는 다이애나비가 남편인 찰스 왕세자와 그의 오랜 연인이었던 커밀라 파커 볼스(현 찰스 왕세자 부인)의 불륜관계를 처음으로 털어놓아 화제가 됐다. 다이애나비는 인터뷰에서 “이번 결혼에는 우리 셋이 있었기 때문에 약간 혼잡했다”거나 “(왕실이) 나를 어떤 종류의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는 폭탄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인터뷰는 2,280만 명이 시청하기도 했다.
다이애나비의 두 아들,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손은 각각 성명을 내고 BBC를 비판했다. 윌리언 왕세손은 “기만적인 인터뷰 방식이 어머니 발언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본다”며 “BBC의 잘못이 어머니의 두려움과 편집증, 고립에 상당한 원인이 됐다는 점을 알아 형언할 수 없이 슬프다”고 밝혔다. 왕실에서 독립한 해리 왕손도 BBC를 거세게 비난했다. 해리 왕손은 “비윤리적 관행의 파급효과가 결국 어머니 목숨을 앗아간 것”이라며 “어머니가 목숨을 잃었지만 바뀐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다이애나비는 1981년 찰스 왕세자와 결혼했고 인터뷰 이듬해인 1996년 결국 이혼했다. 이혼 1년 뒤인 1997년 8월 31일 새벽 당시 교제 중이던 이집트 출신 재벌 2세 도디 알파예드와 함께 파리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터널 안에서 파파라치를 피하려다 사고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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