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州)가 사실상 낙태를 금지시켰다. 임신 6주가 지나면 아이를 지울 수 없도록 법으로 못박으면서다. 미시시피주가 임신 15주 이후 거의 모든 낙태를 할 수 없도록 막은 뒤 위헌 여부를 가릴 소송이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한 층 엄격한 법이 시행을 앞둔 셈이다. “언제까지 임신중절을 허용하느냐”를 둘러싼 미국 내 논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전날 ‘심장박동법’이란 이름의 낙태 제한법에 서명했다. 오는 9월부터 실시되는 이 법은 여성이 임신한 지 6주가 지나면 낙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벗 주지사는 서명식에서 “앞으로 심장이 뛰는 태아의 생명을 낙태의 위험에서 지켜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신 6주는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시기다. 그러나 입덧을 비롯한 신체적 현상은 임신 9주쯤이나 돼야 나타나기 때문에 이 시기 많은 여성들은 임신 사실 자체를 자각하지 못한다. 때문에 미국 각 주에서 시행 중인 관련 법의 90% 가량은 낙태 금지 시기를 임신 13주 이후로 설정하고 있다.
텍사스주 역시 이전까지 이를 ‘임신 20주’로 제한했지만 이번에 6주로 대폭 강화한 것이다. 현재 연방대법원에 올라간 미시시피주의 낙태 제한법이 임신 15주 이후의 임신부에게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법은 미국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 법에 따르면 기존 낙태 제한법이 예외로 인정했던 성폭력이나 근친상간 피해자도 6주가 지나면 낙태를 할 수 없게 된다. 여성의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신문은 “텍사스에서 통과된 법은 낙태권을 둘러싼 긴 싸움이 잠재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법안 서명 소식에 보수와 진보 진영의 반응은 엇갈렸다. 반(反) 낙태 옹호단체인 ‘텍사스동맹’의 조 포즈먼 이사는 “태아는 곧 아기이고, 사회는 아기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텍사스 민주당과 개혁 성향 유권자들은 반발했다. 비영리단체 ‘프로그레스 텍사스’는 “임신 6주 후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적”이란 비판 성명을 냈고 해리스카운티의 변호사 크리스티안 메니피는 “여성의 건강 관리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려는 노골적 시도”라며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