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가 없는 국민의힘은 두 사람에게 눈독을 들여 왔다. 김동연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의 러브콜도 받았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정중동 행보를 해온 두 사람이 최근 들어 미세하게 움직이는 징후가 있다. 최 원장보다는 김 전 부총리의 보폭이 더 크다.
최재형 '야권 잠룡' 분류에 'NCND'
최 원장은 20일 스스로 '최재형 대망론'에 불을 붙였다. 한 언론과 통화에서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것에 대해 "(제 입장을) 얘기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상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더 언급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현직 감사원장이 정치할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은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정치권에서 'NCND'(긍정도 부정도 아님) 답변은 'Yes'로 해석된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최재형 영입'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최 원장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타당성 감사'를 밀어붙여 정권 견제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2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 원장 같은 인사들이 보수 야권 대선 후보로 뛰어준다면 대선 전망이 더없이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 조경태 의원 등 차기 당대표 주자들도 최 원장 영입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보수진영 인사들이 ‘대선 역할론’을 들어 최 원장을 설득 중이라는 얘기도 무성하다. 정치 가능성에 명확히 선을 그었던 지난해와 달리 최 원장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고, 여러 분야 사람들과의 만남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말도 오르내린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최근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되, 분명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이 최근 한 언론의 '입양 가족 인터뷰'에 응한 것을 두고 '정치에 관심 있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동연 '정치' 발언으로 몸집 키우기
김 전 부총리는 2018년 12월 경제부총리에서 물러난 뒤 비공개 강연 정치를 하며 전국을 '조용히' 누볐다. 최근 들어 공개 발언으로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20일 페이스북에 1,700자 분량의 긴 글을 올려 정부 복지 정책의 핵심으로 ‘기회복지’ 모델을 제시했다. 대망론을 드러낸 것이다.
김 전 부총리는 “현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기회복지에 투자해야 한다”며 “기회복지는 기회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이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등 '기본정책 시리즈'를 견제하고, 진보진영의 보편복지와 거리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부총리는 또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를 '각자도생'에서 '상생과 연대'로 바꿔야 힘든 처지의 학생, 청년, 자영업자, 수많은 흙수저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공화국'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청계천 무허가 판자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자수성가한 자신의 '흙수저 신화'를 부각시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 전 부총리의 정치 행보에 시동이 걸린 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를 두고 “경제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힘을 실어준 이후다. 김 전 부총리는 최근 청년 대상 강연에선 청와대에 권력이 쏠리는 현상을 비판하며 정치 개혁을 강조했다.
김 전 부총리가 보수 야권행을 결심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권은 김 전 부총리를 잡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와 교감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 스스로 '저는 문재인 정부 초대 부총리'라고 말했고, 저한테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 신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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