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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김동연 '대망론' 펼치나...미묘 행보에 쏠리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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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김동연 '대망론' 펼치나...미묘 행보에 쏠리는 시선

입력
2021.05.20 19: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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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이 2021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작년 11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오대근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이 2021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작년 11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오대근 기자

차기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가 없는 국민의힘은 두 사람에게 눈독을 들여 왔다. 김동연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의 러브콜도 받았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정중동 행보를 해온 두 사람이 최근 들어 미세하게 움직이는 징후가 있다. 최 원장보다는 김 전 부총리의 보폭이 더 크다.

최재형 '야권 잠룡' 분류에 'NCND'

최 원장은 20일 스스로 '최재형 대망론'에 불을 붙였다. 한 언론과 통화에서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것에 대해 "(제 입장을) 얘기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상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더 언급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현직 감사원장이 정치할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은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정치권에서 'NCND'(긍정도 부정도 아님) 답변은 'Yes'로 해석된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최재형 영입'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최 원장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타당성 감사'를 밀어붙여 정권 견제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2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 원장 같은 인사들이 보수 야권 대선 후보로 뛰어준다면 대선 전망이 더없이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 조경태 의원 등 차기 당대표 주자들도 최 원장 영입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보수진영 인사들이 ‘대선 역할론’을 들어 최 원장을 설득 중이라는 얘기도 무성하다. 정치 가능성에 명확히 선을 그었던 지난해와 달리 최 원장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고, 여러 분야 사람들과의 만남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말도 오르내린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최근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되, 분명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이 최근 한 언론의 '입양 가족 인터뷰'에 응한 것을 두고 '정치에 관심 있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동연 '정치' 발언으로 몸집 키우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4월 28일 고향인 충북 음성군 맹동혁신도서관에서 열린 2021 반기문 아카데미에서 '나와 세상의 벽을 넘는 유쾌한 반란'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음성=뉴시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4월 28일 고향인 충북 음성군 맹동혁신도서관에서 열린 2021 반기문 아카데미에서 '나와 세상의 벽을 넘는 유쾌한 반란'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음성=뉴시스

김 전 부총리는 2018년 12월 경제부총리에서 물러난 뒤 비공개 강연 정치를 하며 전국을 '조용히' 누볐다. 최근 들어 공개 발언으로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20일 페이스북에 1,700자 분량의 긴 글을 올려 정부 복지 정책의 핵심으로 ‘기회복지’ 모델을 제시했다. 대망론을 드러낸 것이다.

김 전 부총리는 “현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기회복지에 투자해야 한다”며 “기회복지는 기회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이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등 '기본정책 시리즈'를 견제하고, 진보진영의 보편복지와 거리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부총리는 또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를 '각자도생'에서 '상생과 연대'로 바꿔야 힘든 처지의 학생, 청년, 자영업자, 수많은 흙수저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공화국'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청계천 무허가 판자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자수성가한 자신의 '흙수저 신화'를 부각시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 전 부총리의 정치 행보에 시동이 걸린 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를 두고 “경제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힘을 실어준 이후다. 김 전 부총리는 최근 청년 대상 강연에선 청와대에 권력이 쏠리는 현상을 비판하며 정치 개혁을 강조했다.

김 전 부총리가 보수 야권행을 결심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권은 김 전 부총리를 잡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와 교감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 스스로 '저는 문재인 정부 초대 부총리'라고 말했고, 저한테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 신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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