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측에 백신 공급을 요청하고도 접종 상황 모니터링 수용에 난색을 보여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 당국의 미온적 태도와 준비 미흡으로 올 하반기 접종 개시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은 19일 베이징발 기사에서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 코백스 측이 북한에 백신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접종이 적절하게 이뤄지는지 확인하기 위한 모니터링 요원 파견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 측은 상세한 접종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코백스 측이 제풀에 꺾여 모니터링 없이 공급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통신에 말했다.
북한은 이제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단 1건도 없는 '백신 사막' 12개국 중 한 곳이다. 국경 봉쇄가 1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올 1월 코백스에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백스는 우선 인도 혈청연구소(SII)가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70만4,000회 분을 이달까지 북한에 전달하기로 했으나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도 지난 5일 "대북 백신 공급은 하반기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로선 구체적 날짜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식 확진자 0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은 모니터링 목적의 인적 교류로 인해 자칫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식량·물자난에도 국경 지역에 쌓인 중국 물자 반입을 미루는 것과 같은 이유다. 북한은 국가접종계획과 접종 대상, 우선순위 등에 대한 자료 제출도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라이선스 생산하는 인도의 수출 제한, 만성적 전력 부족으로 인한 콜드체인(저온 유통체계) 구축 어려움 등도 공급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한 요인이다.
백신 공급이 가시권에서 멀어지면서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비상방역 장기전을 선포하고 '백신 만능론' 비판에 나섰다. 다만 경제·외교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선 집단면역 달성이 필수적이고, 백신 개발에는 역량이 부족해 언제든 태도를 바꿀 수 있다.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인 김신곤 고려대 교수는 "북한 주민 전체를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이 확보된다면 모니터링 요구도 받아들일 개연성이 있다"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잉여 백신을 활용해 북한과 거래에 나선다면 북미 관계에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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