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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80억 드는 국가교육위 갈등 격화, "독립 컨트롤타워" vs "정권 거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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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80억 드는 국가교육위 갈등 격화, "독립 컨트롤타워" vs "정권 거수기"

입력
2021.05.1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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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제1차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박찬대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제1차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박찬대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학생과 학부모들 혼란이 가중되는 걸 막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취지는 퇴색된 채 정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찬반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대립하면서 정작 교육계가 참여하는 건전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이다.

국회에선 국가교육위가 출범하면 연간 150억 원의 정부 예산이 더 소요될 거란 분석을 내놓았다. 급기야 설치되기도 전에 국가교육위가 '돈 먹는 옥상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정치중립 기구'라면서 여당 단독 통과

19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국가교육위는 대학입시, 교원 수급 사안 등을 포함한 교육발전 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하고,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토대로 시행계획을 세워 이행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국가 차원의 교육 계획 대부분을 교육부가 세워왔기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기 일쑤였다. 독립 기구인 국가교육위를 통해 이런 혼란을 없애고 중·장기적 교육 정책을 세워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겠다는 게 법안의 취지다.

문제는 '교육 컨트롤타워'로서 중립성과 독립성이 얼마나 보장되느냐다. 국가교육위 설치는 집권 4년간 별 진척이 없다가 올 초 문재인 대통령이 “금년 중 출범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실행까지 나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한 뒤, 2월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하며 급물살을 탔다.

이후 충분히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여당은 지난 13일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국가교육위법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 중립적인 교육기구를 만들자면서 안건조정위 상정부터 처리까지 여당 단독으로 밀어붙였다”면서 “표결 불참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법안에 따르면 국가교육위는 대통령 직속 행정위원회다. 이를 두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제2의 교육부이자,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에 거수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독립성 보장이 어렵다는 말이다. 위원 구성도 도마에 오른다. 대통령 지명, 교육부 차관, 여당과 전교조 추천 위원 등 정부·여당 측 인사가 과반에 이른다. 정의당은 “정부 입맛에 맞는 결정을 하기 위해 (위원들이) 줄서기 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간 교육 정책은 정작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학생과 학부모, 교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가교육위는 이를 의식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견 수렴을 염두에 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인 의견 수렴 방식에 대해선 기본적인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교육위원회 제1차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야당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박찬대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교육위원회 제1차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야당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박찬대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옥상옥 우려... 운영 방향부터 합의해야"

국가교육위 필요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업무의 상당 부분이 교육부와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법안에 따르면 국가교육위는 별도의 사무처와 분과, 특별위원회를 둘 수 있고 교육정책연구센터 지정 권한도 갖는다. 교육부가 각종 위원회와 국책연구기관을 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가교육위 출범에 앞서 대통령 자문기구로 한시 운영 중인 국가교육회의가 지난 3년 동안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도 회의적 시각에 한몫한다. 국가교육회의는 2018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를 맡았지만 어정쩡한 결론으로 논란만 키웠고, 지난해 교원 양성체제 개편 때도 핵심 이슈였던 교대·사대 통합 여부에 대해 결론 내지 못했다.

국가교육회의 예산은 연 30억 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가교육위가 출범하면 5년간 연평균 181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교육위가 결국 ‘돈 먹는 옥상옥’이 될 거란 우려가 여기서 나온다. 정의당 관계자는 “자문기구로 시행착오를 더 겪고, 위원회 운영 방향을 여야가 합의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합의부터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이상적으로 정치 중립적인 교육기구를 원할 수는 있지만, 위원 구성이나 교육부와의 충돌 등 현실적 문제를 감안해야 한다"며 "각계 의견을 수렴해 방향을 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교육부의 권한을 상당 부분 국가교육위에 위임하면 옥상옥 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국회 안건조정위를 통과한 국가교육위법은 30일 이내에 소관 상임위에서 표결한다. 국회 교육위는 여당이 과반을 점한 만큼 다음 달 중순까지 처리된 후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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