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번호와 쿠폰번호 아무 숫자나 입력해도 예약돼
문제점 지적한 기자에 "부정예약... 악질적 행위" 큰소리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예약 사이트의 보안 취약점을 폭로한 언론사에 “부정 예약”이라며 되레 큰소리를 쳐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아사히신문 계열의 인터넷 매체 ‘AERA.dot’과 마이니치신문 인터넷판 등은 도쿄도와 인근 지역 거주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지난 17일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한 도쿄 지요다구 소재 대규모접종센터 웹사이트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를 내보냈다. 이 웹사이트는 접종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거주하는 지자체 번호와 지자체에서 받은 접종쿠폰 번호, 자신의 생년월일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 번호나 쿠폰 번호를 실제와 다르게 입력하고 생년월일도 고령자가 아닌 연령대로 입력했는데도 예약이 됐다는 것이다. 이들 매체는 6자리인 지자체 코드엔 654321, 10자리인 접종쿠폰 번호엔 9876543210 식으로 적당히 입력했는데 예약이 된 모습을 캡처 화면과 함께 보도했다.
하지만 대규모접종센터의 지휘를 담당하는 방위성의 기시 장관은 오히려 “기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예약을 했다”며 역공을 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 같은 행위가 “백신 접종을 원하는 65세 이상의 접종 기회를 빼앗고 귀중한 백신이 낭비될 수 있는 ‘극히 악질적인 행위’”라고 공격하고, “양사에 엄중히 항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무렇게나 숫자를 입력해도 예약이 되도록 만든 허술한 시스템에 대해서는 “지자체 접종권 번호를 포함한 전국민의 개인정보를 사전에 방위성이 파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대응 가능한 범위에서 개보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시 장관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일본 네티즌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보안 구멍을 지적한 사람을 비난하다니” “태어나지 않은 사람조차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두고선 무슨 입으로 불평을 하는 건가” “이야말로 IT후진국” 같은 댓글이 다수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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