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철, 부산서 첫 개인전?
'사물의 뒷모습' 7월 4일까지
‘포기하라. 책임지지 마라. 신경쓰지 마라. 나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비난하라. 계획을 세우지 마라…’
눈을 의심했다. ‘성공 10계명’이 아닌, 인생을 망치는 10가지 항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리고 있는 안규철 작가의 개인전 ‘사물의 뒷모습’에 전시된 작품 중 하나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작가는 작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했다가 최근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번 전시는 부산에서의 첫 개인전이다.
“전쟁의 아픔을 딛고 우뚝 선 한국에선 성공을 유독 많이 언급하죠. 하지만 세월호 구조 실패를 경험하며 큰 충격을 받았어요. 성공적인 나라의 허상을 꼬집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사이트에 나오는 성공 비법 10개 항목을 다 뒤집었어요.” 작가가 ‘HOW TO FAIL IN LIFE(인생에 실패하는 법)’라는 제목의 텍스트 작품을 선보인 이유를 설명했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 2’는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것을 재제작한 것이다. 3호짜리 캔버스 200개는 하나의 회색 빛 바다를 표현하고 있다. 당시 작가는 캔버스 200개를 광주 시내 곳곳에 버리고 신문에 분실 공고를 낸 뒤 돌아온 작품으로만 전시를 했는데, 이번 개인전에서는 분실된 부분을 새로 그려 전체를 내걸었다. 작가는 “돌아오지 않은 170여점은 광주 시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며 “1980년 5ㆍ18민주화운동 실종자를 소환한다는 생각에서 이 같은 행위를 해봤다”고 설명했다.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작가는 기본적으로 진실이 사물의 표면보다 보이지 않는 이면에 숨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작업에 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탄생한 회화, 드로잉, 설치작 40여점을 볼 수 있다. 구두 세 켤레를 이어 붙인 것으로, 모든 것이 관계 속에서 묶여 있음을 암시하는 ‘2/3 사회’ 등이다.
전시는 7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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