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결근 다음 날 기숙사 벗어나 사라져
간소한 운동복에 인근 기지국서 신호 '뚝'
한낮에 실종됐지만 야산에 인적 드물어
경찰, 500명 투입 8차례 수색에도 흔적 '無'
경북 포항에서 20대 남성 간호사가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건장한 체격의 남성은 대낮에 운동복 차림으로 기숙사 문을 나섰지만, 기숙사와 멀지 않은 곳에서 휴대폰 신호가 끊어진 뒤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17일 포항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9일 112로 “아들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가족들이 애타게 찾는 사람은 2년 전쯤 포항의 한 병원에 간호사로 취직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일하던 윤모(28)씨. 경찰 수사 결과 윤씨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것은 지난 7일 오후였다. 전날 야근에 무단 결근한 윤씨는 오후 3시쯤 병원 기숙사를 나서는 장면이 입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잡혔고, 기숙사 인근 도로를 따라 800m가량 걷는 장면이 주변 건물 CCTV에 찍혔다. 가족들은 ‘윤씨가 출근하지 않는다’는 병원 연락을 받았고, 계속된 통화 시도에도 전화를 받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윤씨의 휴대폰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곳은 포항공대 기지국. 종적을 감춘 곳에서 2㎞가 채 안 된다. 가족들은 실종 신고 뒤에도 전화를 걸면 통화 연결음을 들을 수 있었지만, 10일 오전 10시쯤부터 완전히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경찰이 입수한 통화 기록상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은 윤씨 친구로 나타났다. 친구는 경찰조사에서 "소식을 듣고 걱정이 돼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한 적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윤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면서 짧은 시간 기록이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 기숙사와 포항공대 사이는 가끔 멧돼지가 출몰하는 야산이긴 하지만 험하진 않다. 동네 주민들이 운동 삼아 오르내리는 등산로가 수십 갈래로 이어져 있다. 경찰은 경찰 500명을 동원해 8차례 수색 작업을 펼쳤지만 어떤 단서도 잡지 못했다.
경찰은 기숙사 인근 도로에 교통사고 등의 흔적이 없는 점에 비춰, 사고를 당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서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가 없는 점에 미뤄 납치나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개인적 채무에 따른 고의 잠적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가족은 그럴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윤씨 가족은 "평소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자신의 급여로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액수이고, 채무 규모도 올 초 가족들에게 밝힌 액수와 같다"고 말했다. 가족은 실종 하루 전 윤씨로부터 15만 원 송금을 요구 받아 입금했다.
경찰은 병원 기숙사와 포항공대 사이 야산에 탐지견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계획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화 내용과 과거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며 “수색 작업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키 174㎝에 몸무게 72㎏의 보통 체격이고, 실종 당시 검은색 모자와 회색 크록스 슬리퍼, 검은색 운동복 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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