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날개 못 펴는 '블랙이글스'…거세진 해체 요구까지 '2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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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날개 못 펴는 '블랙이글스'…거세진 해체 요구까지 '2중고'

입력
2021.05.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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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회 어린이날을 맞아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상공에서 축하 비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1년 넘게 지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에어쇼를 비롯한 대규모 행사가 취소되면서 화려한 곡예비행을 선보일 무대가 줄어든 데다, 블랙이글스가 주둔한 강원 원주 공군기지 인근 주민들의 '특수비행팀 해체 요구'까지 거세지고 있어서다. 코로나19로 블랙이글스의 비행 훈련이 원주·횡성 일대에 집중되자, 이곳 주민들은 소음과 대기질 악화를 이유로 해체까지 요구하고 있다.

17일 공군에 따르면,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11회에 그쳤다. 부산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식, 서울 국제 휠체어 마라톤 대회 등 총 42차례 비상했던 2019년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2018년 37회 △2017년 37회 △2016년 36회에도 크게 못 미쳤다. 올해는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과 지난 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상공에서 15분간 어린이날 축하비행을 한 것이 유일하다.

한국일보 그래픽뉴스부

행사가 줄었다고 훈련 횟수까지 줄어들진 않았다. 조종사들의 기량 유지를 위해선 매년 일정 시간 비행 횟수를 채워야 한다.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 8대가 호흡을 맞추며 급상승과 급하강을 반복하는 고난도 기동과 '태극마크 그리기' 등 묘기를 선보이는 특수비행의 경우 더욱 그렇다. 평소라면 에어쇼가 예정된 지역에서 하는 비행훈련 대부분을 지난해부터 원주 기지에서 소화하고 있다.

이에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부대 앞에서 블랙이글스 해체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소음뿐 아니라 훈련기가 배출하는 흰색 연막인 스모크 문제도 제기됐다. 흰색 연막을 만들기 위해 상공에 뿌리는 경유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게 주민들의 항의다. 소음 문제는 지난해 시행된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에 따라 별도 소송 없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연막 문제는 딱히 방법이 없다.

공군 관계자는 "블랙이글스 임무가 특수비행이다 보니 기량 유지 차원에서 훈련 자체를 안 할 수가 없다"면서 "스모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지자체와 공군, 공신력 있는 측정 업체 등 민관군이 협의체를 통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중에서 분사되는 연막의 유해성을 정확히 입증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훈련 중단을 넘어 해체까지 주장하고 있다.

강원 횡성 군용기 소음피해대책위가 지난달 30일 충남 계룡시 공군본부 정문 앞에서 블랙이글스 해체 및 공군참모총장 면담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군 입장에서 블랙이글스 해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블랙이글스가 수행하는 에어쇼는 단순한 볼거리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국력과 공군력을 과시할 수 있는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한다. 해외 에어쇼 참가를 통해 국격 제고와 방산 수출 등 국익에도 기여한다. 2012년 블랙이글스가 영국 와딩턴 국제에어쇼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2017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 항공우주 방위산업전시회인 ‘말레이시아 LIMA’에서 에어쇼를 선보여 현지 왕족이 T-50의 우수성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 것은 유명한 일화다.

미국 공군과 해군이 각각 '선더버드'와 '블루앤젤스'로 불리는 특수비행팀을 운영하고, 일본(블루임펄스), 영국(레드애로스), 러시아(러시안나이츠) 등 내로라하는 항공 강국들이 특수비행팀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2년 7월 2일(현지시간) 영국 와딩턴 공군기지에서 공군 블랙이글스 대대장 김영화 중령이 영국 공군참모총장 스테판 달튼 대장으로부터 최우수 에어쇼상을 수여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F-51 무스탕'으로 시범비행을 선보인 이후, 1966년 '블랙이글스'란 이름으로 정식 출범한 특수비행팀은 현재까지 두 차례 활동을 중단했다. 1978~1993년 공군기지 이전과 군 대비태세 증강으로 잠정 해산했고, 1994년 재창설된 후 2007년 기종을 미국산 경공격기 A-37에서 국산 훈련기 T-50으로 변경하기 위해 3년간 비행을 멈췄다. 공군 관계자는 "비행 과정에서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에어쇼 일정은 지역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사전 공지하고 있다"며 "저공비행은 최대한 자제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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