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원장에 '탈원전' 윤순진 서울대 교수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0)', 즉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내주 출범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의제로 삼은 첫 국가기구가 탄생한다는 기대와 함께, 숱한 앞선 사례들처럼 '보여주기'식 위원회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임기 말 갑자기 '매머드급' 위원회
19일 환경부에 따르면 탄소중립위원회가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 개최일(5월 30, 31일) 전인 다음 주 중 출범한다.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았던 '국가기후환경회의'와 이명박 정부 때 출범했던 '녹색성장위원회'를 통폐합한 기구다. 조직 규모는 50명 이상 100명 이하로 민간위원만 약 70명, 정부위원까지 포함하면 90명 안팎의 매머드급 위원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열린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위원회 설치를 주문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에너지기본계획 등 앞으로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모든 정책이 탄소중립위원회를 통과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공동으로 탄소중립위를 이끌 민간위원장에는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낙점됐다. 에너지 정책학 박사인 윤 교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탈원전에 긍정적이다. 현 정부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탄소중립위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에 대한 국가 의지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국가기후환경회의,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같은 유사한 위원회가 있었지만, 기후변화를 전면에 내세운 공식 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명칭에 '기후'가 들어갔을 뿐, 실제 목적은 미세먼지 대응이었다. 또 탄소중립이 여러 영역에 걸쳐 있는 문제인 만큼 각 부처는 물론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무엇부터 논의하나...추진력은 있을까
반면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벌써부터 적지 않다. 이헌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위 위원장은 "100명 가까이 되는 위원회에서 회의 때 한마디씩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자칫 '행사용 위원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탄소중립을 전기차·태양광 보급 계획과 같은 에너지·환경 분야로 협소하게 보고 있다"며 "(탄소중립 전환으로) 피해를 보는 노동자, 소상공인, 농민 같은 이해당사자도 탄소중립위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탄소중립위의 구성, 방향과 관련해서 논의가 폐쇄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며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석탄발전소 퇴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의 권고안을 탄소중립위에서 이어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임기 말 출범하는 위원회라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녹색성장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임기 초(2009년) 출범한 데다 대통령 관심이 크다 보니 부처별로 주나 월 단위로 이행계획 보고서를 제출받아 힘있게 돌아갔다"며 "그래도 임기 말 되니 흐지부지됐었는데, 탄소중립위는 지금 출범해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녹색성장위원회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근거하는 법적 기구였지만, 탄소중립위는 대통령령으로 설치돼 위상부터 차이가 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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