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광주가 부러운 인니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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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광주가 부러운 인니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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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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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조 운퉁 1965대학살연구소장이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외곽 탕에랑에서 자신이 강제노역을 당했던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너무 배가 고파서 쥐, 도마뱀, 뱀을 닥치는 대로 먹었다고 했다. 탕에랑(탕거랑)=고찬유 특파원

다시 오월이다. 73세 노인은 정정하다. 그는 군부 독재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17세 때부터 지명수배 5년, 고문과 굶주림에 시달린 구금 및 수용소 강제노역 10년, 거주도 직업도 감시받던 정치범 딱지 20년의 고난을 딛고 1999년부터 진실 규명과 정부의 공식 사과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인권상 수상 인터뷰를 그의 자택에서 마치고 함께 강제노역 현장을 두루 돌아봤는데도 못내 아쉬워하는 그의 낯빛이 목덜미를 당겼다. 1년여 만에 안부를 물었더니 화상 만남을 요청했다. 인도네시아의 '오월 광주'인 '1965년 대학살' 피해자 브조 운퉁 1965대학살연구소(YPKP1965) 소장과 나눈 얘기를 편지 형식으로 띄운다.

안녕하세요. 저는 건강합니다. 정부가 대학살 희생자를 위해 마련한 슴바코(9가지 생필품) 지원 방안이 현재 대통령 서명만 남았어요. 그나마 진전된 내용인데 희생자 유족과 피해자, 법학자와 역사학자들은 너무 간단한 해법이라고 반대하고 있죠.

최종 목표는 희생자들의 명예 및 권리 회복, 정부의 공식 사과입니다. 국가가 무고한 국민 수백만 명을 폭도로 규정한 뒤 학살, 고문, 구금, 강제노동 지시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워야 합니다. 역사의 현장을 기념공원으로 만들면 좋겠어요. 국가가 진솔하고 용기 있게 사과한다면 저는 족합니다.

그래서 광주가 부럽습니다. 전두환 군부 독재에 항거한 광주는 국민과 인류의 승리였습니다. 한국 대통령의 사과, 희생자들에 대한 사회적 존중은 우리들에게 영감을 줍니다. 5·18기념재단은 연대의 본보기입니다. 광주 정신은 인도네시아의 정신입니다. 횃불이고 스승입니다.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 정부를 본받기 바랍니다.

역대 광주인권상 수상자들이 18일 화상으로 만나는 '광주민주정상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수상자들은 미얀마 국민들의 반(反)군부 투쟁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모임을 만들 예정입니다. 기다리면 늦습니다. 민주주의 선배 한국이 힘을 보태 주세요. 정의와 인권 아래 연대합시다. 감사합니다.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문화원이 '5·18민주화운동 41주년 기념' 온라인 사진전을 11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하고 있다(위 사진). 2019년 5월 16~19일에는 수도 자카르타 중심부에 있는 인도네시아국립박물관에서 5·18 사진전을 한 바 있다. 한국문화원 제공·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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