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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떨어진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이젠 수술하지 않고 시술로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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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떨어진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이젠 수술하지 않고 시술로 치료”

입력
2021.05.18 04:20
수정
2021.05.18 09:5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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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홍그루ㆍ김중선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홍그루(오른쪽)·김중선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 판막이 헐거워진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을 이젠 개흉 수술이 아닌 시술로 고칠 수 있게 됐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큰 것이 아쉽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홍그루(오른쪽)·김중선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 판막이 헐거워진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을 이젠 개흉 수술이 아닌 시술로 고칠 수 있게 됐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큰 것이 아쉽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이나 등산할 때 가슴이 조이는 듯 답답하고 숨이 가쁘다. 가슴이 자주 두근거리고 어지럽다. 점점 증상이 심해져 누워 있어도 숨이 가쁘게 된다.”

혈액이 심장의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흘러 들어가기 위해 통과하는 문인 ‘승모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생기는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70대 이상 고령 환자가 대다수지만 유전적 원인으로 20대 젊은이에게도 나타난다. 국내 환자는 4만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장 질환 치료 전문가’인 홍그루ㆍ김중선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만났다. 이들은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가슴을 여는 개흉(開胸) 수술로만 치료가 가능했는데, 지난해부터 가는 관을 넣어 ‘클립(clip)’으로 벌어진 부위를 집는 간단한 시술로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일반인에게 낯선 병인데.

“심장에는 4개의 방ㆍ실(좌심방ㆍ좌심실ㆍ우심방ㆍ우심실)과 4개 판막(승모판막ㆍ대동맥판막ㆍ삼첨판막ㆍ폐동맥판막)으로 이뤄져 있다. 판막은 방 사이의 문(門)이다. 계속 열리고 닫히면서 혈액이 일정하게 흐르도록 통제한다.

심장 판막 질환은 4개 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작용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병이다. 판막이 열리기는 하는데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폐쇄부전증, 판막이 좁아져 잘 열리지 않으면 협착증이라고 한다.

폐쇄부전증은 4개 판막 가운데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승모판막(僧帽瓣膜ㆍmitral valve)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승모판막은 4개의 심장 판막 가운데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아주 가는 끈이 40~50개 연결돼 심장 수축ㆍ이완에 의해 당기고 풀어지면서 닫히고 열린다. 이들 끈이나 주변 구조물들 가운데 하나라도 고장이 나면 기능이 떨어진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매일 10만 번 정도 뛰는 심장이 오래되면서 승모판막이 퇴행성 변화가 생겨 여닫이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생긴다. 이 때문에 혈액이 역류돼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이나 등산할 때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쁘게 된다. 방치하면 심부전과 부정맥이 생기면서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누워 있어도 숨이 가쁘고 뇌졸중이나 돌연사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70대 이상 고령 환자가 대다수지만 유전적 원인으로 20대 젊은이에게도 나타나기도 한다. 국내 환자는 4만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상인의 심장(왼쪽)과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의 심장.

정상인의 심장(왼쪽)과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의 심장.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을 획기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나왔는데.

“그렇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혈압을 낮추는 약물이나 가슴을 열어 3~4시간 동안 시행하는 개흉 수술로 낡은 판막을 다듬거나(성형술) 인공판막으로 바꾸는 방식(치환술)밖에 없었다.

그런데 미국심장학회에서 얼마 전 심장 판막 자체는 문제없지만 심부전증ㆍ부정맥 등으로 심장이 비대해지고 승모판막이 늘어난 ‘기능성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는 ‘클립을 이용한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Transcatheter Edge-to-Edge RepairㆍTEER)’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슴을 열지 않고 시행하는 TEER 시술은 가느다란 관을 대퇴정맥을 통해 심장까지 밀어올린 뒤 3D 심장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고장이 난 승모판막 부위의 전엽과 후엽 승모판막을 클립(clip)으로 고정해 접합하는 것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클립은 크기가 작고 한 가지밖에 없어서 벌어진 판막을 고정할 때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크고 길어진 4가지 종류의 클립이 나와 시술 시간도 평균 2시간으로 줄여 2~3일 뒤에 퇴원이 가능해졌고, 꼭 맞는 클립을 선택할 수 있게 돼 환자에게 쓰는 클립도 적게 쓰게 됐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클립만 있을 때에는 환자에게 적합하지 않아 2개의 클립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환자에게 꼭 맞는 클립을 하나만 사용해도 되는 경우도 생겼다. 이처럼 클립을 환자에게 하나만 사용하면 심장 판막이 손상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환자의 벌어진 심장 판막을 적절하게 좁힐 수 있게 돼 증상이 심해지는 위험도 줄이게 됐다.

또한 80세 이상 고령이거나, 폐ㆍ콩팥ㆍ간 등 다른 장기 기능이 떨어졌거나, 당뇨병ㆍ고혈압ㆍ만성콩팥병이 있거나, 전신마취할 수 없거나, 암 수술이나 이식 등 다른 큰 수술을 앞둔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는 수술이 어려웠는데 이런 환자에게는 TEER 시술로 고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TEER 시술은 그동안 수술하지 못했던 중증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에게도 큰 희망이 되고 있다. 하지만 TEER 시술이 아직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 부담(3,000만 원 이상)이 적지 않은 것이 아쉽다. 덧붙여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 가운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마지막에 우리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심장 판막에 문제가 있으면 판막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에게 꼭 진료를 받으라고 권하고 싶다.”

클립을 이용한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TEER)에 쓰이는 클립.

클립을 이용한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TEER)에 쓰이는 클립.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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