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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치료 아동 7%뿐… 文정부 공공병원 설립 공약도 후퇴 

입력
2021.05.18 04:45
수정
2021.05.18 09:09
8면
0 0

<2> 의료: 하루라도 더 빨리
장애아 29만 명 중 재활 인원은 2만 명도 안 돼
재활치료 기관 태부족… 아동전담병원은 단 1곳
정부 "9개 권역에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공약
예산 부족 들어 병원 2곳, 센터 9곳으로 대폭 축소

편집자주

장애인이 우리 사회의 의젓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실에서 이들의 불안한 삶을 지탱하는 건 가족의 안간힘이다. 국내 장애인 규모가 등록된 인원만 해도 262만 명이니, 이들을 돌보는 가족은 못해도 1,000만 명을 헤아릴 터이다. 장애인 가족의 짐을 속히 덜어주는 것만큼 시급한 국가적 과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제공.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제공.

"할 수만 있다면 병원에 입원시켜서 치료받게 하고 싶죠. 근데 대기만 수년씩 걸려요. 아이가 성장을 멈추고 기다려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고 있는 30대 A씨는 아이의 재활치료를 위해 사설 센터를 이용한다. 병원은 외래 치료를 받으려 해도 최소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 정확히 언제 순서가 돌아올지 알 수도 없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복지관 재활치료 프로그램도 대기 줄이 만만치 않다. 차례를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엄마는 사설 센터의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

장애 아동의 조기 치료를 위해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 하는 '재활 난민' 문제가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현실은 크게 변한 게 없다. 필요한 재활치료를 받는 아동 비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현실에서,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3곳 건립을 국정과제로 삼은 문재인 정부마저 재정 적자 등을 이유로 정책 후퇴를 보이고 있다.

장애아동 29만 명인데 전담재활병원 1곳뿐

장애 치료의 '골든타임'은 성장기이지만, 재활치료를 받는 아동은 많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지난 1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장애 아동은 29만 명이지만 이 중 재활치료를 받는 아동은 1만9,000여 명, 전체의 6.7%에 불과하다.

이는 어린이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복지부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아동 재활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1,652곳뿐이다. 지역별 편차도 심해 수도권에 42%(698곳)가 몰려있고 가장 적은 제주에는 26곳(1.6%)밖에 없다. 이마저도 만 18세 이하 재활치료 수가를 1건 이상 청구한 기관을 전부 모은 수치다.

장애 아동만 전담 치료하는 병원은 단 한 곳, 2016년 지어진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뿐이다. 내원하려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건 당연지사. 병원 관계자는 "총 대기자가 1,500명 수준"이라며 "입원과 낮병동은 평균 6개월 이상, 외래는 2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장애 아동을 둔 가족은 난민처럼 지역을 넘나들며 치료 기관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 2017년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발달 지연 아동이 거주지 아닌 지역으로 이동해 치료받는 비율'은 수도권 거주자는 5.8%, 비수도권은 13.1%였다.

"재활병원 9곳 건립" 정부 목표는 후퇴 거듭

대전 서구 관저동에서 지난해 12월 기공식을 가진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조감도. 대전시 제공

대전 서구 관저동에서 지난해 12월 기공식을 가진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조감도. 대전시 제공

이에 현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및 센터 건립'을 추진해왔다. 장애 아동이 저렴한 비용으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일본엔 200곳 넘는 어린이 재활병원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한 곳밖에 없다"며 "최소 5개 권역에 어린이 재활병원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전국 9개 권역에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을 짓겠다던 정부는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경남권·충남권·전남권에 재활병원 3곳을, 전북권·강원권·경북권·충북권에 재활센터 6곳을 세우는 걸로 목표를 조정했다. 재활병원은 입원이 가능하며 재활의학과·소아과·치과를 필수로 갖춰야 하는 반면, 재활센터는 낮병동·외래만 운영하고 필수 진료과목이 재활의학과에 한정된다. 이런 계획에 따라 지난해 12월 대전에서 충남권 몫으로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확정돼 내년 9월 개원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전남이 지난해 11월 병원이 아닌 센터(2곳)를 짓는 것으로 계획 변경을 요청하면서 정부 방침은 또 한발 후퇴했다. 재정자립도 꼴찌(27%)인 전남과 손잡고 병원 건립에 나서겠다는 의료기관을 못 찾은 것이다. 강선우 의원실에 따르면 복지부는 "전남권은 운영적자 부담 등으로 참여 의사가 있는 의료기관을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병원보다 필수 진료과·시설 규모 기준 충족이 용이한 센터 건립으로 사업 계획 변경을 희망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요청이 받아들여져 7개 권역의 공공 어린이재활기관 건립 목표는 병원 2곳, 센터 8곳으로 수정됐다. 수도권과 제주권은 기존 의료기관 대상 공모 방식으로 어린이재활병원 2곳과 센터 1곳이 각각 생긴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선우 의원실 제공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선우 의원실 제공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운동을 해온 김동석 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은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져야 할 국가가 예산만 놓고 (사업 타당성을)평가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발달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강선우 의원은 "어린이 재활 난민이라는 가슴 아픈 단어는 없어져야 한다"며 "권역별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및 센터 건립 사업에 더는 후퇴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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