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은 전쟁이 만든 부산물이다. 프랑스 정부는 1795년 장기간 식품 보존이 가능한 수단을 발명하는 대가로 1만2,000프랑의 상금을 내걸었는데, 이는 전투식량 확보를 위해서였다. 거액의 상금은, 조리한 음식을 넣은 유리병을 끓는 물에 담근 뒤 왁스로 봉하는 방법을 찾아낸 식료품 가게 주인에게 돌아갔다.
정작 통조림 사업을 시작한 곳은 영국이었다. 캔을 상용화하려던 프랑스인 사업가가 자국의 관료주의에 질려 영국 해협을 건넌 결과였다. 그러나 규제가 꼭 나쁜 것이라 할 순 없다. 초기 통조림에는 먹을 수 없는 것들이 섞이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통조림이 그랬듯 요즘의 자율주행장치 같은 신기술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통조림은 저자가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으로 꼽은 것 중 하나다. 책에서 그는 연필을 시작으로 벽돌, 우표, 자전거, 연금, 신용카드, 태양광발전, 체스 알고리즘까지 새로운 물건들이 세계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짚어낸다. 물건별로 5~7쪽 분량의 짧은 글이 이어져 읽기에 부담이 없다. 작은 물건에서 시작해 문화, 사회, 정치, 경제 이야기를 거쳐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으로 연결시키는 서술법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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