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노·박 3인방 중 약한고리 박준영 '자진사퇴'
꽉 막힌 정국 푸는 '희생양' 해석
박 후보자, 사퇴 입장문에서 "대통령·해수부에 부담 줄 수 없어"
일각선 문성혁 유임 가능성도
‘내부 출신’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27일 만인 13일 자진 사퇴했다.
관가에서는 '임·노·박(임혜숙· 노형욱· 박준영)' 3인방 장관 후보자 중, 가장 약한 고리인 박 후보자가 스스로 희생해, 장관 임명 정국의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해수부 등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1992년 공직에 입문한 뒤 30년째 해수부에서만 일하며 관련 업무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꼽힌다. 업무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치며 조직 관리 경험도 쌓아 해수부를 이끌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해수부 출신으로 차관을 거쳐 장관 후보자에 오른 네 번째 사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기된 이른바 ‘도자기 의혹’이 예상치 못한 결격사유가 됐다. 박 후보자가 2015~2018년 주영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그의 부인이 벼룩시장 등에서 사 모았던 그릇, 찻잔 등을 ‘외교관 이삿짐’으로 반입하면서 관세를 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나아가 이를 도·소매업 허가 없이 불법 판매한 의혹도 받고 있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을 했다”며 거듭 사과하고, “세관당국의 의견에 따르겠다”, “카페 운영도 중단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해수부 내에서는 야당이 사퇴를 요구한 다른 장관 후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흠결이 적어 보였던 박 후보자가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보고 허탈해하고 있다. 여성 후보자가 지명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수습해야 할 국토교통부에 비해 해수부는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로 꼽혔다는 것이다.
박 후보자도 정치권의 부정적 시선을 의식한 것은 물론, 자신의 희생으로 장관 임명 정국의 돌파구를 찾으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사퇴 입장문에서 “임명권자인 대통령님과 해수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며 “해수부가 추진하는 국정과제에 영향을 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후보자의 사퇴로 차기 장관 인선 작업은 미궁에 빠졌다. 해수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등 시급한 현안이 많아 후임 장관 인선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력했던 현직 차관 출신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진 사퇴한 만큼, 이를 대체할 후보자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마땅한 후보자를 찾지 못하면 문성혁 장관 유임카드가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2019년 취임 이후 2년 이상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업무 연속성을 고려한다는 측면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새로운 후보자를 찾아 검증을 거치고, 업무 파악을 하는 것보다는 해운 재건, 어촌 뉴딜 사업 등을 이끌어 온 문 장관 유임이 부담이 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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