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방미 앞두고?
"한일관계 개선하라" 압박 보내는 美 향한 메시지 관측
한·미·일 3국 정보기관장 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만나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전달했다. 다음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을 향해 "한일 간 긴장 완화에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어필 외교'라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박 원장은 전날 오전 도쿄에서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다키자와 히로아키(瀧澤裕昭) 일본 내각정보관과 만나 3국 정보기관장 회의를 가졌다. 회의를 전후해 스가 총리를 예방한 박 원장은 "한일관계가 지금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 친서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총리의 구체적 반응은 전해지지 않았다.
박 원장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과도 전화 회담을 했다. 박 원장은 니카이 간사장에게 "도쿄 하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이 개최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고 했고, 니카이 간사장도 고마움을 표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박 원장의 일본 방문은 지난해 11월 스가 총리 예방 이후 6개월 만이다. 지난해 방일 때도 박 원장은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양국 정상 간 정치적 선언을 제안하는 등 사실상 문 대통령 특사 역할을 했다.
박 원장의 이번 일본 방문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우리 정부에 한일관계 개선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문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한미일 3각 공조체제를 쿼드(Quad, 미국·인도·호주·일본이 참여하는 비공식 안보회의체) 수준의 중국 포위망 수단으로 강화하겠다는 게 미국의 의중"이라면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도 할 만큼 하고 있다는 티를 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점을 미국에 어필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박 원장의 방일 일정이 사실상 반(半)공개적으로 이뤄진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통상 국정원장 동선은 해외 방문을 포함해 철저하게 비공개로 이뤄진다. 하지만 박 원장은 지난 11일 출국 때 언론 취재를 피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방일 당시 카메라 플래시 세례까지 받으면서 일본 총리 관저로 향했던 때만큼은 아니지만, 대외적으로 '한국 정부 고위 인사가 일본을 방문했다'는 내용은 충분히 전달됐다.
도쿄에서 3국 정보기관장 회의에 참석한 뒤 한국을 찾은 헤인스 국장은 방한 이틀째인 이날,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관 책임자의 방문이라는 점에서, 대화 재개 등 미국 정부가 북한에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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