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박준영 해양수산부ㆍ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중 적어도 한 명을 포기해야 한다'는 요구가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점점 더 압박하고 있다. '임명 관철' 쪽에 가까웠던 청와대의 입장도 미묘하게 변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2일 "14일(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 시한)까지 다양한 의견들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렴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문 대통령이 후퇴할 것이란 '뚜렷한' 기색은 비치지 않고 있다.
文 원칙 중시ㆍ레임덕 우려... 靑 강경했던 이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여야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이후에도 '세 명을 모두 안고 간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상당히 강했다. 12일 오전까진 "국회가 어떤 결론을 내든 문 대통령은 다음 주 월요일 인사를 강행할 것"(여권 핵심 관계자)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런 강경함을 정치권에서는 법조인 출신 문 대통령이 원칙을 중시하고 정치적 거래를 싫어하는 것과 연관 짓는다. 청와대 인사 검증 단계에서 '적격' 판정을 내렸음에도 '4ㆍ7 재ㆍ보궐선거에서 졌으니, 인사 후퇴로 반성 기미를 보여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청와대에 있다. 여당으로선 야당처럼 특정인을 정해 낙마 요구를 할 수 없다지만 '아무나 한 명만 낙마시키자'는 식으로 공이 문 대통령에게 던져져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도 부담이기는 하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도 3인방 거취에 대해 "능력과 흠결을 저울질해서 발탁 여부를 정해야 한다"며 임명 강행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일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카드도 고려할 수 있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직 그런 기류는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내림세인 상황에서 대통령의 가장 큰 권한인 인사에서조차 밀린다면 국정 장악력이 급속히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임기 말 특정 부처의 리더십 공백은 정권의 성과와 직결된다.
변수는 여론, 특히 '당심'... '살짝' 누그러진 靑 기류
12일 오후 들어 '강경 기조'가 미묘하게 변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가 1명 이상 부적격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는 등 여당의 임명 반대 목소리가 눈에 띄게 커져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반대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11일 오전까지 청와대는 "당의 반대 목소리는 일부"라고 선을 그었다.
미묘한 변화가 '임명 철회 결단'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검증 정국이 늘어져 여론의 관심이 커진 것은 문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정 독주'라는 비판을 받는 동시에 당청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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