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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한국, 탄소중립은 왜 늦나요?… 타일러 라쉬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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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한국, 탄소중립은 왜 늦나요?… 타일러 라쉬가 물었다

입력
2021.05.13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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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한국포럼]

'지구의 미래, 한국의 미래'란 주제로 한국포럼이 1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가운데 한영애 환경부 장관과 타일러 라쉬(방송인·세계자연기금홍보대사)가 탄소제로에 대한 대담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지구의 미래, 한국의 미래'란 주제로 한국포럼이 1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가운데 한영애 환경부 장관과 타일러 라쉬(방송인·세계자연기금홍보대사)가 탄소제로에 대한 대담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무엇이든 빨리빨리하는 한국, 탄소중립 선포는 미국 일본보다 20년이나 늦는데 너무 느리지 않나요?"(방송인 타일러 라쉬)

"유럽이 60년 동안 걸어가고 미국은 43년 동안 걸어간 길, 우리는 그 길을 32년 동안 걸어가겠다는 겁니다."(한정애 환경부 장관)

12일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만났다. 이날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한국포럼 자리에서였다. '지구의 미래, 한국의 미래'란 주제 아래 만났기에 두 사람은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을 두고 얘기를 나눴다. 라쉬가 우리 정부의 발 빠른 대처를 호소했다면, 한 장관은 정부는 물론 산업계, 국민 모두의 협조를 요청했다.

한 장관은 입각 이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8년간 활동했고, 국회 기후변화포럼을 만들었던 환경 전문가. 대담을 진행한 라쉬 또한 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이자 기후위기 문제를 다룬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써낸 방송인이다. 라쉬가 날카롭게 묻고, 한 장관이 부드럽게 되받았다.

-사람들에게 한 장관은 '노동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환경부 장관이 됐다.

"사실 제가 대학에선 환경공학을 전공했고 국회에서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환경 정책이나 법안을 다뤘다. 화학물질관리법, 환경책임법, 가습기살균관련법 등이 다 제 손을 거쳤다고 보시면 된다. 특히 19대 국회, 초선 의원 때부터 국회 기후변화포럼 회원으로 기후 관련 활동을 했고 20대 국회부터는 아예 포럼 대표를 맡았다. 환경분야, 특히 기후위기, 기후변화 부분은 개인적 관심도 있지만, 인류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문제라고 본다. 이 때문에 정당을 떠나, 여야를 떠나 국회 차원에서 계속 고민하고 정부가 행동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아마 이런 활동이 반영돼 대통령이 저를 (장관으로) 지명하신 것 같다."

'지구의 미래, 한국의 미래'란 주제로 한국포럼이 1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가운데 한영애 환경부 장관이 탄소제로에 대한 대담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지구의 미래, 한국의 미래'란 주제로 한국포럼이 1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가운데 한영애 환경부 장관이 탄소제로에 대한 대담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올해는 파리기후협약 시행 원년이 되는 해라 탄소중립을 향한 세계 각국의 발걸음이 매우 빠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기후정상회의 개막연설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했고, 일본도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46%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은 지난해에야 '2050년 탄소중립'을 선포했다. 무엇이든 빨리빨리하는 한국 성향과 달리 2050년이란 목표는 너무 느린 것 아닌가. 더 빨리 할 수 없나.

"2050년 탄소중립은 온 지구의 목표다. 탄소배출량은, 유럽연합(EU)이 1990년대에 정점을 찍었고 미국이 2005년, 일본이 2010년대 초반에 정점을 찍었다. 그런데 우리는 2018년에 탄소배출량 정점을 찍었다. 이제 감축에 들어간다. 따지고 보면 EU가 탄소중립을 향해 걸어가는 시간이 1990년대부터 2050년까지이니 60년 동안이고, 미국의 경우 약 43년이 걸리고, 우리는 2018년부터 2050년까지이니 32년 동안 걸어가야 한다. 32년이라 상대적으로 시간이 촉박한 셈이다. 우리가 불리한 건 또 있다. 중화학 공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기에 우리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제철·정유·석유·시멘트 등은 탄소배출 다량 업종이다. 아무래도 힘든 건 사실이다. 정부나 산업계 모두 느끼고 있다.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올해 처음 파리협약이 그야말로 작동을 한다. 우리도 이제 동참해서 가는 길이다. 그 길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참여한다면 정도에 따라 2050년이 아닌, 그 이전에도 가능하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 본다."

-지난해 75개국이 유엔에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했는데, 한국은 보고서에 구체성이나 실효성에서 부족하다며 다시 제출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지난달 22일 문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 조정해 올해 안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환경부도 상반기까지 산업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내놓겠다고 했는데 곧 볼 수 있나.

"상반기엔 정부가 마련한 2050년 시나리오를 보고할 전망이고 실제 2030년 목표치는 하반기 10월쯤 되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12월 각 부처별 전문가로 기술작업반을 구성해 2050년 탄소중립에 이르는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 기술혁신과 각 부문별 속도를 감안해 2050년에 어떤 방식으로 탄소중립에 이를지에 관한 복수의 시나리오다. 이를 이달 말 출범하는 관계부처 장관과 탄소 관련 민간위원으로 구성될 탄소중립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견이다. 미래세대는 더 적극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원하는 반면, 산업계는 그렇지 않다. 완벽한 합의는 어렵겠지만, 각계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국민 공청회 등을 거쳐 2050년까지 단계별 경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또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 시기를 '정부 임기 내'에서 '올해 안'으로 앞당겨 약속했다. 이 NDC 상향치에 대해 환경부는 국민 공감대 속에서 올해 안으로 합의점을 도출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곧 출범하는 탄소중립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려면 신재생에너지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6.5%정도밖에 되지 않아 OECD국가 중 '꼴찌'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이유가 무엇이고 이 비중을 확 올리기 위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우리는 그간 석탄발전 등 화력에다 원자력을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여기에 환경 비용이 없이 전력 단가를 저렴하게 공급하다 보니 신재생에너지가 성장할 수 있는 시장 자체가 마련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도 신재생에너지를 원한다.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 수출 대상국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제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의 요구가 커졌고 정부는 답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0년 1.2%에 불과했다. 문 정부 초기 3%였는데 2019년 6.5%까지 올라왔고 지난해 기준 8~9% 이른다. 매년 2% 이상 성장한 것이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4년에는 26.3%까지 끌어올릴 계획인데, 아마 이를 상회하도록 환경부는 RE100(기업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캠페인)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비를 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해상풍력 산업 발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서 시작했다. 또 하수열·댐의 수열·유기성 폐자원의 바이오가스화 등 에너지를 이용한 탄소중립 산업단지나 RE100 산업단지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여전히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10%도 안 되는 수준이라 해도 가속도가 붙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30년까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라쉬의 걱정보다 훨씬 더 빨리, 더 많은 (웃음)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의 미래, 한국의 미래'란 주제로 한국포럼이 1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가운데 타일러 라쉬(방송인·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가 탄소제로에 대한 질문을 한정애 환경부 장관에게 던지고 있다. 배우한 기자

'지구의 미래, 한국의 미래'란 주제로 한국포럼이 1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가운데 타일러 라쉬(방송인·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가 탄소제로에 대한 질문을 한정애 환경부 장관에게 던지고 있다. 배우한 기자

-산업계는 수익 창출을 위해 신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면서도 당장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속도 조절에 대한 요구가 타당하다고 보는가.

"기업이 선제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차라리 정부에 지원해 달라고 하는 게 맞다고 본다. 특히 세계는 한국이 지닌 기술혁신 속도와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기업은 녹색 전환을 앞두고 비용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환경부는 연간 5조 원을 녹색 정책 금융으로 할당하려고 추진 중이다. 온실가스 배출 기업이 녹색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정부를 통해 저리·장기로 충당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산업계의 요청만 있다면 정부는 얼마든지 나설 의향이 있고 준비가 돼 있다. 지금은 이런 뜻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속도 조절론'이 나오는 것 같다."

-국회의원 때와 달리 장관으로서 환경 문제를 보는 시각과 태도에서 달라진 점은 있나.

"바뀐 건 없다. 다만 행정부에 와서 '아, 이렇게 묶으면 시너지 효과가 나겠구나' 하는 변화는 있다. 국회에선 관심 분야에 집중해서 봤다면, 지금은 의도치 않게 넓게 보게 된 것이다. 장관으로 취임한 후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앞으로도 더 긴밀하게 소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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