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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호 수사로 성과낼 수 있는 '쉬운 길'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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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호 수사로 성과낼 수 있는 '쉬운 길' 택했다

입력
2021.05.11 21: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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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해직 교사 특채 의혹 수사
정치적 부담 없고 부족한 수사 인력?고려
감사원 감사결과 나와 실패 가능성 낮아
기소권 없어 검찰 기소 단계 때 갈등 소지
"설립 취지 100% 반영 못해 무게감 떨어져"

김진욱(왼쪽 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1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으로 각각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진욱(왼쪽 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1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으로 각각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특별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정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뜻밖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란 반응이 나온다. 수사를 끝내도 검찰이 기소권을 갖고 있어 ‘번거로운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수처가 검사나 판사가 아니라 조희연 교육감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정치적 부담이 적고 성과를 내기 수월하다고 판단한 영향이 커보인다.

조희연 교육감에 직권남용 혐의 적용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조희연 교육감 해직 교사 특별채용 의혹 사건에 ‘2021년 공제1호’ 번호를 부여했다. 조 교육감 사건이 공수처 1호 사건이 됐다는 의미다. 공수처는 감사원이 경찰에 조 교육감을 고발한 사건을 경찰에 요청해 넘겨받았다.

앞서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조 교육감이 2018년 7~8월 해직 교사 5명의 특별 채용을 검토·추진하라고 지시했고, 담당부서 간부들을 해당 업무에서 배제하고 비서실 소속 직원에게 채용에 관여하도록 한 점이 드러났다. 조 교육감이 알고 지내던 변호사를 심사위원으로 선정하도록 해서, 해직 교사들만 채용됐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공수처는 감사결과를 토대로 조 교육감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 출신인 김성문 부장검사를 중심으로 이미 수사팀이 꾸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소환 조사나 강제수사 계획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호 사건 공수처 설립 취지 100% 반영 못해"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직접 기소 가능한 대상은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 △검찰총장,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뿐이라, 조 교육감을 수사 후 기소하려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넘겨야 한다. 문제는 수사내용이 공소유지하기에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찰이 공수처에 보강수사를 요청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1호 사건은 상징성이 커서 공수처가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사건으로 골랐어야 했다”며 “검찰과 공수처 사이에 사건사무규칙 협의도 안 된 상태라 기소 단계에서 여러 잡음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도 이런 점을 우려해 직접 기소가 가능한 20여 건의 사건을 두고 막판까지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로 고소·고발된 사건들 가운데 1호 사건을 고르기 위해 사건관계자들도 활발히 접촉했다. 하지만 대부분 사건이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해, 현재 수사 인력으론 감당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도 공수처가 너무 ‘쉬운 선택’을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감사원에서 감사결과를 내놔 수사 착수에 부담이 적고 △조 교육감의 정치적 무게감이 덜한 점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보고서 왜곡·과장 의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의도적으로 피했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의 가장 중요한 설립 취지가 검찰과 사법부 견제인데, 1호 사건만 보면 이런 취지를 100% 살리지 못했다”며 “정치적 부담을 덜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건을 고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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