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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석값 급등에 중소업체 ‘비명’… 정부 “생산라인 풀가동 외 뾰족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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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석값 급등에 중소업체 ‘비명’… 정부 “생산라인 풀가동 외 뾰족수 없어"

입력
2021.05.11 20: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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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한 철강회사 제품창고에 열연코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 한 철강회사 제품창고에 열연코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산업용기계 생산 업체 대표인 최모(58) 사장의 요즘 하루는 죽을 맛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실상 휴업 상태였을 때보다 더 힘들다는 게 최 사장의 푸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약 6개월 동안 원재료인 철판 유통가격은 70% 넘게 올랐지만, 납품 가격은 한 푼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해만 쌓이고 있지만 여의치 못한 발주처 상황도 감안해야 해서다. 최 대표는 “대출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하루라도 빨리 공장 문을 닫는 게 가장 덜 망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영세한 중소 철강제품 제조업계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폭등한 원재료 가격을 납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가운데 손실만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어서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철광석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톤당 철광석 가격이 212.25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중국 주요항 기준 5월 철광석 가격은 톤당 196.87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1.0달러)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세계 각국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수요 증가와 중국의 환경정책 강화에 따른 생산 감축이 맞물린 탓이다. 여기에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과 세계 1위 철광석 생산국인 호주의 긴장 관계가 극에 달하면서 철강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은 철광석 수입의 60%를 호주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자동차·가전 등의 소재로 쓰이는 기초 철강재인 열연강판뿐만 아니라 냉연강판, 후판 등 대부분 제품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다 보니 철강사들이 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납품 단가에 철강재 가격 인상을 반영하기가 쉽지 않은 게 국내 중소기업들이 처한 상황이다. 특히 철강 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부 업체의 사재기로 가격 상승 폭은 더 커지고 있다. 한 철강 제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발주업체에 원자재값 상승분을 모두 반영하기도 어렵고, 그럴려면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영세 업체로선 견디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해법이다. 정부와 한국철강협회도 이날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을 소집해 철강 제품 품목별 수급 상황과 전망 등에 대해 점검했지만 뾰족한 대응책 찾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근본적 원인인 가격 급등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상황이 아닌 데다, 정부가 직접 시장 가격 통제에 나서기도 어려운 형편이어서다.

이에 산업부는 최근 철강사들에 “생산라인을 쉬지 않고 가동해 시장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라”고 주문했다. 철강사들은 생산라인 완전가동뿐만 아니라 수출 물량 일부를 내수로 돌려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로(용광로) 보수 일정을 조정해 생산라인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안전사고 발생 우려 때문에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시장 상황부터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통 쪽에서 매점매석 행위 등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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