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지역 출신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영남 딜레마'에 빠졌다. 영남이 뿌리인 국민의힘에선 영남, 그중에서도 대구·경북(TK) 출신이 대대로 '성골'이었다. 요즘은 조금 다르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영남 정당'을 벗어나야 하는데, 그러려면 영남 출신이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오르내린다. 울산이 지역구인 김기현 원내대표 당선 이후엔 '영남 출신 당대표 불가론'까지 거론된다.
당권 주자 중 영남 출신은 5선 주호영 전 원내대표(대구 수성갑)와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 3선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윤영석(경남 양산갑) 의원 등 4명이다. 당대표 경선이 6월 11일로 확정된 가운데, 영남당 논란에 대처하는 이들의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영남당이 어때서" 정면돌파형 : 주호영 윤영석
주호영 전 원내대표와 윤영석 의원은 논란을 정면 돌파 중이다. 영남 당원들이 핵심 지지자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영남당 우려는 당 혁신을 가로막는 부적절한 프레임'이라고 반박한다.
주 전 원내대표는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스스로를 (영남당이라고) 규정짓고 폄하하는 것은 퇴행이고, 분열주의"라며 "우리가 어려울 때마다 열렬히 지지해준 분들을 모욕하거나 언짢게 하는 일은 오히려 자해 행위"라고 일축했다. 주 전 원내대표가 이처럼 강도 높은 표현을 쓴 건 영남당 논란의 화살이 자신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국회의원 5선을 한 주 전 원내대표는 당권 주자 중 유일한 TK 출신이다.
윤 의원도 '영남 대 비영남' 대결 구도가 "당의 혁신과 정권교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6일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그런 지역주의를 말씀하시는 분들이 당을 분열시키고, 오히려 지역 갈등을 다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보단 인물로" 우회형 : 조경태 조해진
조경태 의원과 조해진 의원은 '인물론'을 강조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11일 당권 도전을 선언한 조경태 의원은 자신을 "영남 후보가 아니라, 국민통합 후보"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3선 의원(17~19대 국회)을 지낸 사실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권의 가면을 걷어낼 적임자"를 자처하기도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주 전 원내대표가 판사 출신이라는 점을 겨냥해 "원내대표, 당대표, 대선 후보(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모두 판·검사 출신이 되면 우리 당은 로펌 정당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도 폈다.
지난달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조해진 의원은 자신을 "수도권 이미지를 가진 영남 출신"으로 소개하고 있다. '합리적 보수' 색채가 짙은 자신의 이미지가 중도층이 대거 분포한 수도권 등에서 어필해 당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내에서 소장·개혁파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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