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불명 외상환자, 아들 간 이식 받고 99일 만에 깨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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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불명 외상환자, 아들 간 이식 받고 99일 만에 깨어나

입력
2021.05.11 14:00
수정
2021.05.1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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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 치료 중단 고려할 때 기적적으로 눈 떠
가천대 길병원 "국내서 매우 드문 사례"

가천대 길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순미(왼쪽부터) 실장, 간이식팀 김두진 외과 교수, 공재섭씨, 공씨의 아들 경호씨, 간이식팀 최상태 혈관외과 교수, 장기이식센터 김현주 주임 간호사. 가천대 길병원 제공

인천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공재섭(58)씨는 지난해 1월 13일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가 도로 난간을 들이받고 의식을 잃었다. 가천대 길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된 공씨의 상태는 심각했다. 다발성 골절에 간이 파열되고 신장도 크게 손상된 상태였다. 급하게 골절 등 수술이 진행됐지만 공씨는 의식을 찾지 못했다.

무엇보다 간이 문제였다. 사고의 충격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이식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으나 심각한 외상으로 인한 간 이식은 국내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웠다. 이식 후 회복 확률도 낮았다.

최상태 길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당시 환자(공씨)가 뇌 손상이 없었고 정기적으로 시행한 뇌파검사에서도 '깨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그러나 이식 후 회복하지 못한 사례가 다수 있어 가족에게 간 이식을 권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공씨의 아들 경호(21)씨는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버지를 포기할 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단 둘이 살어온 그였다. 대학에 합격해 입학을 앞두고 있었지만, 아버지 치료에만 전념했던 경호씨는 "아버지가 깨어나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제 고집으로 고통만 더 드리는 것은 아닐지 고민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간 이식 수술은 최 교수와 김두진 외과 교수 집도로 지난해 2월 11일 진행됐다. 김 교수는 "외상으로 인해 간이 손상된 상태였기 때문에 심한 유착 등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에서 수술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 간 기능이 점차 회복됐지만 공씨는 좀처럼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통상 이식 후 한달 이내에 환자가 회복하지만 공씨는 40일이 지나도록 깨어나지 못했다.

더는 아버지를 고통스럽게 붙잡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경호씨는 연명 치료를 중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가 마음 속으로 정한 날짜는 사고난 지 104일째인 지난해 4월 25일이었다. 그런데 사고 발생 99일째 되던날 기적이 일어났다. 공씨가 눈을 뜬 것이다.

사고 6개월 만인 지난해 6월 26일 퇴원한 공씨는 1년 가까이 지난 현재 생업에 복귀할 만큼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 지금도 간, 신장, 척추 등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신장 손상으로 일주일에 2차례 투석 치료도 받고 있지만 마음만은 사고 전으로 돌아간 상태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경호씨는 심리학을 공부하며 아버지 재활을 돕고 있다.

공씨는 "아들과 수많은 의료진들이 진심을 다해 정성으로 치료해준 만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더욱 열심히 살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와 최 교수는 "가족의 믿음과 이겨내고자 하는 환자의 의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 의료진의 팀워크가 합쳐져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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