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7월 23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을 취소하라는 여론이 강해지면서, 대회 출전을 고대하던 일본 대표 선수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유명 선수에게 익명으로 “출전을 거부하라”는 '악성문자'를 보내는 경우도 있어, “출전해서 열심히 뛰겠다”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일부 선수들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답답한 심정을 직접 표현하기도 했다. 개최국 대표 선수들이 국민적 응원을 받는 전례와 달리 난감한 처지에 빠진 것이다.
11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진 가운데, 여자 럭비선수인 나카무라 지하루(中村知春)는 “도쿄올림픽ㆍ패럴림픽을 하고 싶다고 큰 소리로 말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선수의 이기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별로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은 건 아니다”라는 트윗을 최근 올렸다. 진의를 묻자 “사람의 생명은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럭비보다 중요한 것은 많다. 하지만 올림픽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그 마음을 숨기고 말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적었다”고 했다.
그는 “정치권 등에서 올림픽을 향한 움직임은 ‘해야 하니까 한다’는 식인데 이런 생각과 운동선수의 생각은 다르다. 왜 개최해야 하는지 설명 없이 진행이 돼 간다”며 일본 정부가 올림픽 개최를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선수들도 동조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면서 “딜레마에 빠져 난처해진 선수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9년 백혈병이 발병해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지난달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수영 스타 이케에 리카코(池江璃花子)도 최근 대표를 사퇴하라, 출전을 거부하라는 식의 메시지가 온다면서 힘든 심정을 장문의 트윗으로 남겼다. 그는 “코로나19 재앙 속에 올림픽 취소 요구 목소리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고 당연한 일이다”면서 “나도 그렇고 다른 선수도 틀림없이 올림픽이 있든 없든 결정된 것을 받아들이며, 한다면 물론 전력으로, 없다면 다음을 향해 힘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인터넷상에는 선수들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한 익명 게시판에는 “올림픽 선수는 사퇴하지 않아도 좋지만 (올림픽 개최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을 죽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각오해야 한다”며 출전 선수들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와 수백 건의 비판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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