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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차명투기 못 막는 이해충돌방지법 "농지법 개정해야"

입력
2021.05.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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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농민 위한 농지법 되려면
'차명 비농업인' 소유 제한 강화에?
농지 임차료 상한제 도입도 필요
'농테크' 수익 봉쇄해야 투기 근절
"법 개정 세력이 이해당사자인데…"

편집자주

한국일보는 ‘농지에 빠진 공복들’ 기획을 통해 고위공무원들의 농지 소유 실태를 조명합니다. 경자유전 원칙과 식량 주권을 위해 국가가 보호하는 토지인 농지가 고위공직자들에겐 투기 대상일 뿐이었다는 현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농민들이 피해를 입은 사연 등을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농지 투기를 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아예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농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한국일보가 직접 찾아다닌 고위공직자 소유 농지들의 모습. 쓰레기 더미와 건축폐기물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잡풀이 높게 자라 황무지나 다름 없는 모습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농지 투기를 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아예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농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한국일보가 직접 찾아다닌 고위공직자 소유 농지들의 모습. 쓰레기 더미와 건축폐기물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잡풀이 높게 자라 황무지나 다름 없는 모습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법안 개정을 주도해야 할 세력이 이해 당사자들인데 스스로 손해 보는 일을 하겠습니까."

학계와 시민단체에선 농지 투기 방지를 위한 실질적 제도 개선이 더딘 가장 큰 이유를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의 농지 소유'에서 찾는다. 한국일보 조사 결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월 재산을 공개한 고위공직자(1,885명) 중 절반(45.1%)에 가까운 852명이 농지를 갖고 있었다. 국회의원 역시 4명 중 1명꼴로 농지 소유주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된 LH 임직원들 역시 사들인 땅의 99%가 농지였다.

다행히 LH 사태를 계기로 국회에서 통과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앞으로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가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하면 형사처벌(7년 이하 징역형 또는 7,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특히 토지와 부동산 관련 업무를 담당한 공직자의 경우, 부동산 매수 14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공무원이 개발 정보를 이용해 농지를 사들이는 경우에도 이 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해충돌방지법만으론 차명 거래나 농업회사법인을 통한 조직적 투기까지 걸러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높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오세형 경제정책국 팀장은 "농민들 명의를 빌려 농지를 사들이는 투기 세력 때문에 땅값이 계속 오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농지법까지 개정돼야 농지 투기가 근절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농지 차명거래는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 급여' 개념을 농지법에 적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짜 농부가 투기를 위해 진짜 농부 명의로 농지를 샀을 경우, 진짜 농부에게 땅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차명으로 등기할 경우, 소유권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농지법 개정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땅 주인에게 지불하는 임차료에 상한선을 두는 '차임상한제' 도입도 농지 투기 예방책으로 거론된다. 현재 적지 않은 임차농들은 지주로부터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다. 통계청 농업총조사에 따르면 1995년 33%였던 비농업인 농지 소유 면적이 2015년 43.8%까지 증가했다. 지주들은 농민들에게 땅을 빌려주며 받는 임차 비용만으로도 적지 않은 수익을 챙길 수 있어 '땅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농지 소유 및 이용제도 정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경남 거창군 A지역은 차임료가 평당 364원이었고, 거창읍 인근 B지역은 948원으로 같은 지역에서도 임차료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경기 화성시 농지는 1,000원을 훌쩍 넘어 수도권에 가까울수록 지주에게 내는 임차료가 높아졌다.

사동천 홍익대 법대 교수(한국농업법학회장)는 "현재 일부 농민들은 임차료로 생산량의 절반까지 지불할 정도"라며 "조선시대에도 금지했던 병작반수제(소작인이 지주에게 소작료를 낼 때 수확량 반절을 내는 것)가 부활한 셈"이라고 말했다. 사 교수는 "차임상한제를 도입하면 지주들은 수익률이 떨어져 더 이상 농지를 소유할 이유가 없다. 이미 들어와 있는 투기 세력을 몰아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852명) 소유 농지 지역별 분포. 그래픽=송정근 기자

고위공직자(852명) 소유 농지 지역별 분포.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밖에 비농업인이 농지를 상속받거나 농업인이 타지로 이주해 농사를 짓지 못하면 2년 내 처분을 의무화하는 등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제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농지법을 개정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비농업인의 농지를 한국농어촌공사에 모두 위탁하거나 주말농장을 통한 취미·여가 활동도 임대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인 임영환 변호사는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가 자유로운 탓에 농지가 투기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농지가 본래 목적에 맞게 쓰이도록 농지법을 고칠 때가 됐다"고 말했다.

* 공직자 개인별 상세내용은 <농지에 빠진 공복들

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farmmap/> 참고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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